드디어 자전거 타기 성공!
네가 4살 되던 때
유치원 가는 길은 항상 이랬지.
집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10분, 버스 5분,
다시 유치원까지 10분
버스를 안 타는 10분 거리를
Laufrad(페달 없는 유아용 자전거)로 다녔지.
네가 신나게 내달리면 뒤에서 나는
"어디까지 가서 엄마 기다려"라고 소리쳤어.
네가 5살 되던 해,
네 아빠가 너와 자전거를 타려 했는데
네가 Laufrad만 타려고 해서 포기했지.
너와 함께 자전거를 타는 게 소원인 그 사람이
보조바퀴도 하고, 뒤에서 잡아주기도 하고
여러 가지를 시도했었는데 모두 실패였어.
보조바퀴를 한 채로 교회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는데
다른 친구와 아빠들이 자전거에 보조바퀴를 달았다고
웃었던 거 기억나니?
그래도 넌 꿋꿋하게 그 자전거를 탔지.
그러다 드디어 6살!
집 앞에서 너희 반 친구가 혼자 자전거 타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네가 보조바퀴 없이 처음으로 자전거를 탔지. 아무렇지 않게, 늘 자전거를 타 왔던 아이처럼!
이것저것 온갖 노력을 했던 네 아빠의 허무한 눈빛,
자전거 타는 거 엄청 쉽다는 너의 거만한 눈빛
난 그 사이에서 한참 웃었지
아이가 언젠가 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다른 아이들보다 먼저 했으면 하는 욕심이 나올 때가 많다. 다른 아이들보다 더 잘했으면 하는 욕심도 함께.
자전거와 한 몸으로 사는 독일인답게 남편은 아이가 걷기 시작할 때부터 아이와 자전거를 타는 꿈을 꿨다.
Laufrad를 타면 자연스레 균형 감각을 익혀 자전거도 잘 타게 된다고 지인들에게 들었다. 그러나 아이는 Laufrad는 신나게 탔지만 페달 달린 진짜 자전거는 불편하다며 싫어했다.
아이보다 어린아이들이 엄마, 아빠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면 남편은 아이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자전거를 못 타는 나를 보면서도 한숨을 가득 쉬었다. 특히 휴가를 가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움직이는 가족들을 만나면 그 한숨은 더욱 깊어졌다.
그런데 6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올 즈음, 친구와 자전거를 같이 타고 싶었던 아이는 아무 연습 없이, 도움 없이 바로 자전거를 탔다.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있는 아이를 허탈한 웃음과 함께 영상으로 찍던 남편..
그렇게 남편과 아이는 이제 도시 구석구석을 자전거를 타며 돌아다니고 있다. 그리고 이제 아이와 남편 둘이서 자전거를 쌩쌩 타고 달리는 독일 엄마들을 보고, 두 다리로 튼튼히 서 있는 나를 보며 고개를 젓는다.
무언가를 배워 몸에 익히는 것은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억지로 하려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막히고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 잠깐 멈춰 서서 그것을 잊은 듯 지내다 보면 언젠가 다시 한번 해 볼까 하는 마음이 든다. 이제는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같이.
그렇게 힘을 빼고 내 시간에 맞춰,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그 시간에 맞추면 너무 쉽게 이루어질 때가 많았다.
특히 아이의 배움은 더한 것 같다. 내가 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하는 것이라 더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자꾸 내 것인 것처럼, 아니 그보다 더 빨리, 더 잘하라고 재촉할 때가 많다.
나무의 과일은 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아이의 배움에는 어느 정도 익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래서 이제는 정말 나도 자전거를 다시 시작하려 한다. 남편과 아이의 한숨이 더 깊어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