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흘러도 감수성은 여전하다
고국 안동 지방에서 며칠째 산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소식을 이국에서 접했다.
산과 마을을 휘젓고 다니는 악마의 불길로
내 마음도 바싹바싹 타들어 간다.
어제 뉴스를 보니 안동 지역에 빗님이
한 방울 두 방울씩 내렸다.
자원봉사자와 공무원과 지역주민들이 하늘을 향해
함박웃음을 지으며 환희의 춤을 춘다.
나 또한 고국의 비소식으로 힘껏 하늘을 향해
기쁨의 손짓을 보낸다.
요즘 케냐는 대우기철이다.
예전엔 밤새 비가 내리면 신기하리만큼
아침 6시쯤이면 멈추었는데
이곳도 역시나 기후변화를 피해 갈 수 없나 보다.
어젯밤에도 비가 온 게 분명한데
오늘 아침하늘은 온통 깜깜하고
오전 10시가 넘었건만 빗님이 오락가락한다.
머리카락 뿌리가 온통 회색 빛이 돌지만
십 대, 이십 대, 삼십 대, 사십 대, 오십 대에도
이런 날씨엔 여전히 멜랑꼴랑 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