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케냐 보건소에서 태어난 아이는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종강을 한 달 앞두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2학기 때부터 줄곧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집에서 차로 꼬박 40분이나 걸린다. 아이가 지금껏 학교를 안 간 지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학교와 친구들을 좋아한다.
부활절 연휴에 10학년 여자 친구들 15명을 집으로 초대한 친구는 아빠가 권투선수였다가 코치로 일하신다고 한다. 딸아이가 왓젭으로 보내온 사진 속엔 정원이 공원처럼 넓고 아름답다. 피크닉을 간 것처럼 푸른 잔디밭에 테이블 보를 깔아놓고 그위를 멋스럽게 장식한 모습에서 안주인의 센스가 엿보였다.
초대받은 아이들은 포트락 파티처럼 먹거리를 각자 준비해 갔고 드레스 코드는 원피스였나 보다. 성장하는 딸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깜짝 놀라곤 한다. 딸의 장점은 어느 상황 속에서도 기죽지 않고 당당하며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는 소신이 있다.
영화 속에 공주들처럼 정원을 누비며 사랑스럽게 포즈를 취하는 딸들의 웃음소리가 사진 속에서 퍼져 나온다. 그네들의 우정을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따스하고 케냐에서 아주 가끔씩 친구들로 호사를 누리는 딸아이를 생각하니 엄마인 나에게 저절로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