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란트의 불멍
밤 9시가 되었지만 밖은 대낮같이 환하다. 한인타운에서 차로 20분쯤 달려간 곳엔 새로운 빌리지 타운이 갓 형성된 것처럼 깔끔하게 집들이 줄지어 있었고 길가로 나있는 현관 앞엔 값비싼 차들이 두 세대씩 놓여있었다. 우리가 초대받은 집은 육십 중반의 부부만 살고 있어서 그런지, 집안은 깔끔하고 뒤뜰에 높이 자란 소나무 아래에는 모닥불을 피울 수 있는 커다란 화로를 주인장이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선배 부부가 준비해 간 '립 아이 소고기'에 안주인은 올리브유로 마사지하듯 잔뜩 바르고 소금을 휘리릭 뿌리고는 마늘을 칼등으로 '탕탕' 치더니 고기 양쪽에 올린다. 양송이버섯 요리는 올리브유와 소금과 후춧가루만 넣고 프라이팬에 익히고 아스파라거스는 올리브유, 소금, 후춧가루 그리고 파마산 치즈를 뿌려서 오븐에 구워낸다.
불을 잘 피운 조개탄을 야외용 그릴 밑에 깔고 두껍게 썰어 밑간을 한 꽃등심을 그 위에 올린다. 고기가 잘 익도록 그릴 뚜껑을 덮고 나서 타이머를 맞춘 주인장의 손은 이리저리 바쁘지만 손님을 맞이한 그의 얼굴엔 웃음이 넘친다.
거의 20년을 미국에서 힘들게 뿌리를 내린 세 가정과
아프리카에서 18년을 살아낸 우리 가정이 타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본다. 슬하에 자녀들이 가정을 이룬 가정도 있으나 여전히 뒷바라지가 남아있는 선배네와 갈길이 먼 우리 가정은, 한 달 후에 이곳을 떠나 아프리카로 향할 것이다.
흐릿한 밤하늘을 가르고 내리는 빗방울은 기분을 더욱 산뜻하게 한다. 주인장이 화덕에 쌓아 놓은 바싹 마른 장작은 꼼꼼히 제 몸을 태우더니 하늘을 향해 불꽃을 튀기며 타오른다.
오늘 이 시간이 지나면 아트란타의 불멍 하던 밤을 잊을 수 있겠으나 먼 훗날, 이 글을 읽으며 기억을 되새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