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월 6주(9)

평범한 안식월

by Baraka

안식월 6주 중에 5주를 미국으로 온 것은 특별한 계획이 있어서가 아니다. 첫 번째 이유는 선배네의 요청이 있었고 두 번째는 둘째 아이가 대학을 웨스턴 캐롤라인으로 입학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딸아이는 6월 초에 케냐에서 편도로 말레시아 비행기를 타고 기내용 캐리어 하나만 들고 한국으로 떠났다. 딸은 한국에서 2달을 머물면서 유학생 비자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고모에 도움을 받아서 여권을 새로 만들고 은행계좌와 카드를 만들었다. 비자 인터뷰를 위한 서류를 혼자서 준비하고 가끔씩만 열린다는 인터뷰 날짜를 잡고 그조차 늦은 감이 있었는지 7월 초로 날짜를 조정했다.

케냐에서 18년을 지낸 딸아이는 캐리어 대와 중 사이즈에 따로 짐을 싸놓은 상태다. 우리들은 그 짐을 이곳 애틀랜타 스와니까지 가지고 왔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딸아이의 추억과 애정하는 것들이 들어있을 것이다. 두 개의 캐리어는 선배네가 짐을 보관하는 공간에 놓아두었다.

세 번째 이유는 그냥 쉼을 위함이다. 어디로 여행을 가고 누굴 만나는 것엔 별로 관심이 없다. 처음방문하는 미국이 낯설기도 하지만 아는 사람들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람의 연은 참다양한 방법으로 연락이 닿는다. 1990년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M선교회에서 함께 했던 동기이자 동료였던 이들이 스와니에서 6시간 걸리는 곳에 있어서 그곳을 방문하기로 했고 내일은 케냐에서 교제하던 선교사님 내외분이 우리가 머무는 선배네 집으로 오기로 했다. 그분들이 한 달에 한번 조지아를 오는 데 때마침 일정이 맞아서 4시간을 운전해서 우릴 픽업해서 점심을 함께 먹기로 했다.


나는 케냐 나이로비 1,800미터에서 지낼 땐 숨쉬기가 힘들어 가슴이 답답하고 뻐근했고 남편은 늘 어지럼증을 달고 살았다. 안식월을 맞아서 태양이 뜨겁고 후덥지근하지만 한국처럼 습하지 않은 스와니에서 잘 자고 잘 먹고 아무 생각 없이 지내고 있다. 어제 새벽까지 해야 할 일이 있기는 했지만 이제부터는 정말이지 자유시간이다. 선배네가 매일매일 냉장고와 냉동고에 가득 채워놓는 과일과 음식은 먹기가 부담스러울 정도의 양이지만 정말 감사할 뿐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조지아로 오는 10시간 동안 걸린 감기로 꼬박 1주일을 고생했지만 이 또한 다 나았으니 카펫이 깔린 집안을 청소기로 돌리고 세탁한 옷을 건조로 말려서 접어놓고 설거지를 열심히 하고 식사를 몇 번 준비했을 뿐이지만 선배네는 너무 고마워하신다. 매일 저녁식사를 하고 난 후엔 강아지 꼬미를 데리고 산책하는 게 고작 우리들의 하루 마무리다. 어제 오후와 저녁엔 침대에 누워 뒹글뒹글거리면서 책을 읽다 보니 정말이지 휴양지에 온 기분이다. 오늘은 주일예배 후에 쇼핑을 다녀와서 잠시 쉬고 초대받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서 나선다.


아트란트 아쿠아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