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월 6주(10)

비우는 삶 그리고 다짐

by Baraka

미국에서 와서 느낀 것은 뭐든 넘친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1주일을 지내는 동안엔 뭐든 아껴야지,라는 다짐이 있었고 미국에선 뭐든 덜어내야지라는 다짐을 해본다.

아틀랜타는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여름엔 집안에 항상 에어컨을 틀어놓고 겨울에는 히터를 틀어놓는다고 한다. 전기세는 한 달에 약 300달러쯤 되고 물세는 80불 정도라고 하는데, 이건 내가 머무는 선배네 기준이다. 2층에 방 네 개와 아래층에 거실과 주방, 식사하는 곳, 세탁실 그리고 창고 겸 공간이 있다. 집안에서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우기도 하지만 실내에 곰팡이가 피는 것도 예방을 하는데 에어컨과 히터는 한몫을 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집안이 습하지 않고 쾌적하다.


어제는 H마트라는 곳을 다녀왔다. 한아름이라는 마트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인데 한국의 소도시에 있는 대형 슈퍼마켓에 온 것처럼 모든 식료품들이 다 있고 거기에 더해서 중국, 베트남등 온갖 식재료가 많다. 야채칸에서 미나리와 차요태를 보니 반갑지 그지없고 뭐든 크고 싱싱하다. 나와 남편은 교회 집사님과 함께 한국분이 직접 요리한 짬뽕과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었다. 슈퍼마켓 안에 음심적이 있고 다른 건물엔 한국분이 운영하는 약국에서 기침. 가래 약을 구입했다. 애틀랜타에 오기 전 선배는, 이곳에선 영어를 사용 안 해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땐 도통 감이 안 왔는데, 그 말이 사실이다. 한인들이 십만 명이나 넘게 사는 애틀랜타에선 한인들 대상으로 사업이 된다.


선배네는 주중엔 이삿짐센터를 운영하고 주일엔 목회를 한다. 목회자 사례비는 무보수이다. 선배네가 미국에서 18년을 지내는 동안, 많은 고생과 아픔을 겪었지만 성실하게 일한 결과로 주위 사람들이 보증을 할 만큼 신용이 좋다. 오늘은 미국에 온 지 2주 만에 그분들이 일하시는 현장으로 나갔다 왔다. 나는 오전 3시간만 부엌에서 그릇을 싸다가 점심만 먹고 집으로 왔다. 포장이사가 아니었지만 선배네가 서비스로 미처 주인이 싸지 못한 짐을 박스가 있는 만큼만 포장을 해주었다. 그 역할을 내가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주인집의 스토어와 주방 서랍들을 일일이 열어 볼 수밖에 없었다. 집안 곳곳에 가득가득 잠자고 있는 물건과 음식들을 보니 가슴이 묵직하니 답답했다. 살림을 하는 사람들에게 다필요한 주방용품들이겠으나 첩첩산중으로 쌓여있는 물건들이 새로운 집으로 이사 가면 빛을 발할 수 있는지 참으로 의구심이 들었다.


안식월을 마치고 케냐 나의 집으로 가면 안 쓰는 물건부터 정리를 해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머릿속에 주방에서 잘 안 쓰는 물건들이 그려진다. 시어머님이 챙겨주신 들통과 친정엄마가 준 오래된 양은 찜솥과 누가 누가 준지도 기억에 없는 그릇들이 떠오른다.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물건이 비싸고 싼 것을 떠나서 집안에 쌓여있는 물건들이 공해처럼 느껴져서 가슴이 갑갑하다. 집안에 신선한 공기가 들락거리도록 공간을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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