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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속 반찬통

정리의 기쁨

by Bora


냉장고 안에 음식이 조금씩 남아있는 반찬통을 보면 빨리 작은 그릇으로 옮겨 담고 싶어진다.
지난해 한국에 방문했을 때 다이소에서 네 칸으로 나뉜 투명한 사각 모양에 통을 2개나 사 왔다. 1년 동안 쓸 일이 별로 없어서 싱크대 안쪽에 고이 모셔놓을 만큼 사용할 일이 없었다.

첫째에 이어 지난 6월 초에 둘째가 집을 떠난 터라 케냐엔 우리 부부와 딸아이 한 명뿐이다. 식구가 한 명 더 줄었으니 먹는 양이 줄어들기는 했다. 5월까지만 해도 1주일 또는 열흘에 한번 꼴로 마트를 갔었는데 (콧바람도 쐴 겸) 2달이 지난 요즈음엔 거의 2주일에 1번 꼴로 시장을 본다. 물론 그사이에 마트와 가까운 곳으로 미팅이 있기라도 하면 필요한 것을 사 오곤 한다. 아이들 학기 중에 도시락 2개를 준비했던 것이 1개로 줄어드니 그만큼 시장 보는 횟수가 줄어든 것은 분명하다.

일요일에 점심으로 잔치국수를 먹고 나서 남은 반찬을 사각통에 옮겨 담으니 설거지감이 한다라가 되었다.
이왕 설거지를 할바에 전기가 오락가락해서 김치냉에서 맛없게 익어버린 배추김치와 깍두기를 꺼내어 김치찌개를 끓였다. 냄비 속으로 꽁치 통조림 한 개와 참치캔 한 개 그리고 두부와 부대찌개에 자주 넣는 콩 통조림을 인심 좋게 투하시켰다. 미리 끓여 놓았던 육수를 냄비 안으로 쏟으면서 통조림 식품들이 김치찌개의 맛을 살려 줄 것을 기대해 본다.

'비락비락, 맛있게 끌어랏!'

마치 요술방망이를 휘두르듯이 국자로 냄비 안을 휘젓는다.

싱크대를 가득 채우고도 넘쳐났던 그릇들을 설거지 달인답게 세제로 '후다닥' 닦아내고 헹굼을 하고 나니 오래된 체증이 한꺼번에 내려간 것처럼 속이 뻥 뚫린 듯 시원하다.

요즘은 정리의 기쁨, 비우는 즐거움을 누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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