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카베테 골짜기를 타고
휭이잉, 휘이잉 바람이 불어온다.
어린 시절 가을 들녘에서 불어오던 그 소리가
뼛속으로 파고든다.
저 멀리 메마른 들판에
휭이잉, 휘이잉 바람이 분다.
붉은 흙먼지 사이로
어린 시절 맨발로 고무줄, 신발 나르기, 오징어 놀이하던
경분이, 상순이, 은희가 스쳐간다.
빈 물탱크 안으로
쫘르륵 쏴, 쫘르륵 쏴 떨어지는 물소리.
어린 시절 오라버니들과 함께
힘껏 물 펌프질 하며
해맑게 웃던 내 모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