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그)의 바람

아픔의 이유

by Baraka

바람이 훅하고 이웃집 아주머니 품에 들어왔다.

50대 중반에 큰 회오리바람이 그녀의 몸을 관통했다.

그녀는 모든 외출을 멈추고 하루 종일 턱을 괴고 앉아 있었다.

그리 곱던 얼굴 한쪽이 움푹 들어갔다.

집안 가득 쌓아 놓은 쓰레기는 남편이 퇴근길에 치웠다.

손주를 돌보는 것이 너무 버거웠나 보다.


바람이 쌩하고 친구 가슴에 들어왔다.

20대 초반에 입사한 회사를 그만두고 동갑내기 남자와 동거를 시작했다.

남편을 닮은 아이, 자신을 닮은 아이, 부부를 닮은 아이 셋을 낳았다.

남편은 홀로 계신 어머님 거처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어느 해부터 그녀는 방에서 나오질 않았다.

아들을 독차지하는 시어머니가 그리 미웠나 보다.


바람이 휭 하고 새언니 가슴에 들어왔다.

고집 센 남자를 서른여덟에 시누이 소개로 만나 결혼을 했다.

사십에 낳은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 생활을 했다.

그녀는 자신의 시간과 마음을 병치레하는 아이를 위해 오롯이 주었다.

정신병동에 들어가던 날 눈물을 훔치는 남편을 슬피 바라보았다.

어렸을 때 돌아가신 엄마가 몹시 보고 싶었나 보다.

바람이 살포시 내 가슴에 들어왔다.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긍정적으로 살아왔다.

어느 해 단조로운 타국 삶이 지루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고맙게도 바람은 4개월 만에 멈추었다.

남편은 그 바람을 갱년기라고 불렀다.

고국에서 열정적으로 살았던 삶이 무척 그리웠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