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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식탁

너와 나를 위한 밥상

by Bora

2주가 넘게 기침감기로 정신이 몽롱했다.

그나마 항생제를 먹고 나니 열이 내리고 가래가 가라앉고 잦은 기침이 멈추었다.

몸이 회복되니 상큼한 음식이 당겼다.

과일과 야채를 씻어서 따각따각 소리를 내며 칼질을 하고 오징어 내장과 껍질을 벗겨서 끓는 물에 삶아 데치고 채를 썰었다.

오래된 전기밥솥에 물을 붓고 생강, 고추, 오렌지껍질을 넣는다. 그위로 채반을 올리고 하얀 면포를 씌워서 닭가슴살을 익힌다.

취사버튼에서 보온으로 넘어가면 작은 오븐으로 닭가슴을 옮겨서 앞뒤로 15분쯤 구워주니 식감이 바싹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트에 파인애플 통조림이 동이 나버렸다. 과일파인애플을 사 와서 잘라놓니 양이 별로 안된다.

아보카도는 제법 고소하게 잘 익었다. 월남쌈에 빠질 수 없는 고수향은 한국의 봄나물을 생각나게 한다.

텃밭에서 따온 매운 고추도 썰고 마늘은 편으로 자르고 마지막으로 쌀국수를 삶는다.

위가 약한 벗을 위해서는 생김과 밥 그리고 간장과 고추냉이를 준비했다.


선물로 받은 아끼는 마블리 도마 위에 나란히 나란히 음식을 올려본다.

아차, 사과를 준비한다는 것을 깜박했다.

도마에 가득 찬 먹거리 색깔이 어쩜 이리도 예쁠까.

양념이 전혀 섞이지 않은 야채의 색이

빛이 나도록 아름답다.


성형수술 대국이라는 한국, 인천 공항에서 출국할 때

성형외과에서 발급해 준 세금영수증을 내밀면 돈을 돌려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나 나나 한국을 다녀오면 새롭게 태어난 듯 예쁘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란 존재할까.

어느 곳에서 사느냐에 따라서 가치관은 다를 것이다.

아이고야

음식준비하다가 생각이 왜

거기까지 가는 거니...

투명한 라이스페이퍼 위에
빨간색, 노란색, 하얀색, 초록색, 보라색을
올려서 쌈을 싸본다.

입안 가득 새콤달콤이 퍼지면서

식감은 아삭거린다.

먼 길에서 온 친구를 위해서

이틀 동안 준비한 음식이

아프리카에서 나그네로 살아가는

나와 너에게 잠시나마 위로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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