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는 어떤 일을 맡으면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성격이다. 특별히 종교에 대한 열정은 누군가에게 뒤질세라 아침마다 현지교회에 가서 예배를 하고 TV채널에서 명설교자들의 강연을 골라서 청취한다. 코로나 팬데믹 때는 교회에 나갈 수없으니 손가락이 아파서 성경을 필사하기는 힘들다며 노트북 자판으로 타이핑을 쳤다는 것이다. 그녀가 의미를 두고 기쁨으로 하는 일은 아무런 대가 없이 성직자들을 위해서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다. 나는 그녀의 귀한 섬김이 존경스러웠다. 나와 B가 나이차이가 10살이 넘었지만 우리는 서로를 존중히 여기었다. 그러나 최근에 서로가 연락이 뜸해졌다. 우리 사이에 서로를 향한 그 어떤 오해와 서운한 감정은 전혀없다. 편안한 마음으로 B와의 관계를 물 흐르는 데로 내버려 두기로 했다. 나를 위해응원했던 B, 그녀에게 한때격려를 받았다는 것으로 충분하다.
요즘엔100살넘게 사시는 분들이 많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별을 하며 살아간다. 그 속에서 서로 사랑을 하기도 하지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일방적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고 오해를 하기도 하고 절친이었던 사람과 원수가 되기도 한다. 그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어쩜 사이에 틈이 가거나 소홀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이럴 땐 나를 자책하거나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 현상을 받아들이면 되는 거다.이따금씩 다른 이들을 통해서 서로를 응원했던 이의 소식을 듣기라도 하면,잠시 그를 생각하면서 미소를 지으면 된다.
2019년 8월 말에 나이로비에서 글사랑 모임이 시작됐다. 글 모임을 이끌 던 폴리나님 그리고 리다아님과 햇살님과 나를 포함해서 4명이 모임을 시작했다. 독서와 글쓰기 모임은 처음부터 12주라는 끝을 정하고 시작했다. 폴리나님은 그해 12월에 한국으로 귀임하고 2020년에 1월에 로사님이 합류해서 2021년 1월엔 단비님 그리고 2022년 5월에 그리다님이 함께 해서 6명의 멤버들이 모임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우리들은 아이들의 학교 방학기간을 제외하고는 한 달에 2번은 모아다. 모임 첫 주는 책이나 영상을 보고 토론을 하고 두 번째 주는 주제에 맞게 글을 써와서 서로 돌아가면서 글을 읽곤 했다. 우린 자신이 써온 글을 읽으면서 울기도 하고 듣는 이들은 공감하며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단지, 우리는 나이로비 글 모임에만 머물러 있지않다. 재외동포 문학의 창에 글을 응모해서 수상을 하기도 하고 신춘문예에 글을 내거나 좋은 사람들과 샘터 그리고 동서식품에 도전을 하고 있다. 몇몇은 브런치 작가로 활동을 하고 한분은 출판 제안을 받아서 최근에 글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글 모임 초창기 때부터 함께 했던 햇살님이 케냐를 떠났다. 그녀와 글 모임에서 함께 한 시간은 거의5년쯤이다. 나는 햇살님의 차분한 성격과 따끔할 정도로 신선한 생각이 좋았다. 또한 어떠한 힘듦 속에서도 이성을 유지하려는 모습과 그녀가 추구하는 가치를 사랑했다. 이제는 글 모임에서 그녀를 볼 수 없지만 내 마음속에여전히 햇살님이 존재하기에 어느 날 문득 그녀가 떠오르기라도 하면 맘껏 그리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