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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아름 Jun 19. 2023

참 무던도 하다. 7년을 그렇게...

생태 모니터링과 자아 모니터링 사이

한 자리에서 매주 월요일 아침, 같은 시각에 같은 뷰를 찍는 사람이 있을까?


그것도 7년 동안 한 주도 빠짐없이 말이다.

내 동기 이야기다.


푸른 하늘과 호수, 그리고 커튼처럼 내려온 푸른 신록, 그리고 데칼코마니마냥 펼쳐진 산을 그는 매우 월요일 아침에 사진으로 담는다. 사람이 좋아하는 일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아름다움이든 자신을 이끄는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차를 멈추고 한 컷이라도 기록으로 담고 싶은 마음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사진은 물리적 기억을 기록하고, 찍은 이의 뇌에는 사진을 에워싼 삶의 무게 내지는 색채가 기록된다. 주말을 보내고 두세 시간 운전을 해서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길은 일종의 기도와 같은 것은 아닐까.     


앞만 보고 목적지를 향해서 무의식적으로 운전하다 보면 머릿속 오만가지 생각들이 수납장에 정리된 옷처럼 자기 자리를 찾아간다. 그리고 오늘 입을 옷을 꺼내 들고 거울 앞에 서듯 그날 그 주에 할 일과 또 못다 한 일들이 부지런히 자리를 잡는다. 루틴 한 생각들이 위치를 잡고 나면, 비로소 깊숙한 곳에 이리저리 구겨져 있거나 방치된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말이 방치지... 자신을 사랑하고 아까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애써 외면하는 척하면서도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평생, 아니 영원히 동행하며 사랑해줘야 할 나 자신이기 때문이리라.   

   

그도 아마 그런 생각이지 않았을까? 삶을 짓누르는 무거운 생각들이 걷히고 날 때즘이면 아마도 아름다운 호수와 산, 찬란한 빛을 뿌리며 흰 구름 위로 '쨍하게' 나타나는 태양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잠시 1분이라도 멈추어 그 평온함과 아름다움을 마음에 눈에 담고 싶었을 것이다. 찬 공기에 밤새 움츠린 식물들이 태양을 향해 온몸을 쭉 뻗고 고개를 쳐드는 것과 같은 의식은 아닐까.     


“어!  또 거기네... 아예 모니터링을 하지 그래? 어떻게 7년을 그렇게 한 자리를 관찰할 수 있어?”     


생각 없이 받아보고 내뱉은 말이었다. 덕분에 매주 월요일 아침 7시 30분 경이면 나는 그 호수의 사진을 배달받아왔다. 좋은 것일수록 나누고 싶은 법이다. 북어대가리마냥 생각 없이 풍경 사진으로만 그 뷰를 받은 것이 살짝 미안해진다.      


고요하고 맑디 맑은 그 호수에 비추이는 태양처럼 주변을 에워싼 푸른 신록처럼, 그리고 입버릇처럼 하는 그의 말처럼 영원히 철들지 말고 소년처럼 아름답게 살기를 바라본다.     

 

“나는 죽을 때까지 철들지 않을 거야”
“착각도 자유네. 어차피 철 안 들건대?!”     


일 년 365일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빛, 바람, 소리를 담아낸 물야의 그 호수처럼 ‘익어가는 그의 인생’이 되기를 기도해 본다. 현재 시각 월요일 아침 7시 43분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두 장의 사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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