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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아름 Jun 23. 2023

인생의 품위

밥상 하나 차리면 그 뿐인것을...

   

하반기 인사와 조직개편으로 조직이 술렁댄다.

입맛에 맞는 불공평 인사로 직원들 불만은 최고조에 이르렀고 덕분에 작년에는 국민권익위 청렴도 점수도 최하위를 차지했다. 결과가 뼈아프다며 직원들이 청렴하지 못하다고 다그치는 그들의 뼈는 원산지가 어디인 것인지... 무쏘의 뿔은 이때 써먹으라는 말은 아니겠지만 경영진들에겐 어떤 뿔이 달린 것인지 '무조건 Go'다. 그 끝이 어디인지 그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평생 그리 살아왔을 테니 말이다.     

 

성과평가와 인사를 보면서 나는 그런 생각들을 해 본다.


인생의 품위라는 것이 무엇인지. 작든 크든 조직의 리더가 갖는 권한 내지 특권이라는 것이 무엇일까를 말이다.      

3년 있으면 퇴직이라는 한 직원은 서글프다고 했다. 50대가 언제인가 싶었는데 이제 3년이면 본인도 퇴직이라고... 예전엔 나이 예순이 많아 보여 노인취급했는데 자기도 곧 60이 되니 이제는 나이 육십을 절대 늙은이라 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실상은 그렇다. 100세 시대가 되고 칠십팔십을 넘어서도 젊은이처럼 힘 있게 열정적으로 사는 나이만 노인인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눈 깜짝할 사이 퇴직인데 자신의 인사고과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퇴직 후의 삶에 벌써부터 막막해했다. 누가 경비라도 시켜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가 한없이 작아 보이기도 했고 솔직한 인간의 단면이기도 했다. 존재하는 인생 누구나가 다 경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으니 말이다.      


수장에게 칼자루를 쥐어준 것은 피아식별로 구중궁궐하라 함은 아니다. 자신은 모를 것이다. 그 성에서 얼마나 우매한 짓을 하며 혼자만의 하룻밤 잔치를 했는지.... 파티가 끝나봐야 아는 진리를 말이다. 같은 칼을 써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검이 되기도 하고, 망나니 칼춤 칼이 되기도 한다.       


인생이라는 것이 밥상 같다


조직에 속해있으면 인사권자 앞에 구성원은 모두 반찬이 된다. 각자 자신의 권한별로 자신의 밥상에 놓을 반찬을 이리저리 배치한다. 좋은 반찬은 앞으로 땡겨놓고, 싫은 반찬은 저 구석으로 밀쳐놓거나 아예 밥상밑에 놓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말이다. 밥상은 끼니마다 차려야 한다. 결국, 반찬놓는 권한 하나이지만 밥상도 끼니가 되면 물러야 하니 밴댕이 속알딱지마냥 알량한 그 권한과 주권도 영원하지 않다.   


인생에 있어서 크든 작든 권한과 권력이 있다면 아마도 내가 먹을 밥상을 차리는 정도가 아닐까. 그마저도 한 끼 먹을 밥상말이다. 인생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참으로 짧다. 삶의 수레에 매여 정신없이 살다 보면 어느새 생각지도 못했던 목적지에 와있다. 그렇다고 다시 돌아갈 수도 없다. 그러니 정신을 바짝 차리고 목적지를 늘 점검하며 현실의 삶에 자신을 내어주어서는 안 된다. 말이 쉽지... 실상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노력해야 한다. 끝없이 말이다.     


한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밥숟갈을 내려놓았다’라고 이야기한다. 밥이 무엇이길래... 죽는 날까지 밥을 먹어야 하고, 상을 차려야 한다. 힘 있는 날에나 구첩반상을 차려먹지 인생사 매일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먹을 수도 없다.    

  

내 스승은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다.

"사형수들이 날을 받아놓으면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차려준단다. 제삿상 기름진 음식처럼.. 인생밥상이 그와 같아. 화려한 인생살이라 하지만, 저승사자가 차려주는 거한 밥 한상차림일뿐이라는 것을...그러니,보이는 것에 속으면 안된다"


간장종지만한 권한을 우주만한 권력을 가진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은 권력을 잡으면 뇌에서 쾌감을 주는 도파민 같은 권력호르몬이 나온다고 한다. 간장 종지 안에서 무한히 날아오를 수 있는 한계는 어디일까? 물이 바다를 넘지 못한다. 순리다.      

세상이 불공평한 것이 현상이지만, 그래도 자신이 수고하고 애쓴 것이 헛되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잘 안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모두 자신이 가져간다. 그러니, 간장 종지 안에서 허우덕거리며 차린 밥상이 마음에 안 든다고 분노할 것도 없다. 밥상에서 밀려 있을 땐 끝없는 자기 성장을 하며 인생을 무쏘처럼 악어가죽처럼 끈질기게 굳건하게 가면 된다.      


인생이 가진 작은 주권과 권한으로 우린 얼마나 많은 사람을 상처 주고 죄를 짓고 사는가.

고작 밥상 하나 차릴 권한밖에 없는 주제에 말이다. 잘 살아야겠다. 그리고 정말 잘 살아야 한다. 품어주고 이해하며 나누기 위해 그렇게 풍요롭고 아름다운 인생을 살겠노라 스스로에게 다짐을 해 본다. 꾹꾹 눌러 담은 밥공기처럼 말이다.      


When they go low, we go high.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리라..

'그리고 더한 아름다움으로 영원히 살리라'

천상병님 소절에 하나 덧붙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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