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ONOLOGU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아름 Oct 02. 2023

가까이 봐야만 보이는 것

작은 기도 하나,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도록

사람은 보는 대로 인식하고, 인식하는 대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인식의 시력이라는 것에 사람은 어떻게 그렇게 자신을 하는 것인지 자기가 본 것이 맞다고 믿어버린다. 육안도 세월이 가면 어두워지는데 우리는 자신을 너무 믿고 또 너무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이럴 때만… 남 이야기가 아니고 내 이야기다. 비교적 객관적이고 사람들의 평가나 판단에 대해서도 이리저리 뒤집어보고 겪어보기 전에는 판단을 하지 않는 편이다. 특히, 사람에 대한 판단은 더욱 그렇다. 그런 나도 늘 오류가 많음을 그리고 사람의 생각과 인식이 얼마나 불완전한지를 생각하게 한다. 


내가 머무는 이 호텔 주변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호텔, 홈스테이, 게스트하우스들이 즐비하고, 건축물 리모델링을 위한 공사가 어딜 가나 한창이다. 호텔 건너편에는 공사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버려진 곳인지 분간하기가 힘든 거대한 건축물이 있다. 볼 때마다 그 근처를 지날 때에도 그 건물의 정체는 무엇인지 왜 저렇게 방치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May May를 만나기 전에는 말이다. May는 그 버려진 듯한 건물이 별 여섯 개짜리 호텔로 내년 1월 그랜드 오픈 예정이란다. 이 지역을 두 발로 걷고 돌아다니면서 그래도 지금 머무는 이 숙소가 가장 아름답고 근사하다고 생각했다. 어제까지는 말이다. 


매일같이 호수에 가서 산책을 하는 정도 외엔 어딜 많이 돌아다니지는 않았지만, 멀리서 보이는 그 별 여섯 개짜리 호텔 근처에는 가고 싶지 않았다. 사실 스산해 보이는 점도 한몫을 했다. 그러나, 근처를 지나다 그 호텔을 지나게 되었는데…아이고! 참 웅장하고 아름답다. 멀리서 볼 때는 흉측하기까지 했는데 가까이에서 본 그 건물은 로마신전처럼 거대했다. 객실 수백 개는 가볍게 넘고도 남을 바로크양식의 호텔이었다. 


같은 것을 보고도 거리에 따라 이렇게나 다를까? 내가 보았다고 하는 것도, 안다는 것도 어디에서 어떻게 보고 듣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실상이 이리도 다르다는 것이 다행이기도 하고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하다. ‘이 세상에 안다고 자신할 것이 정말 없구나’…라는 생각으로 겸허히 아침을 맞아본다. 눈으로 보고 듣는 매체의 뉴스에서도, 사람들의 오르내리는 이야기 속에도 진실은 언제나 감춰있다. 상당 부분은.  마음이 순수한 어린아이의 눈에만 보석이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때로는 '믿음의 눈'으로 봐야만 보일 때도 있는 것임을 안다. 


맑은 생각, 깨끗한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것을 볼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실체라는 녀석’의 진실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