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고독, 그리운 173

by 흔들리는 민들레





나는, 나아지고 있는 걸까.

계속되는 반복과 직면이 나를 변화시키고 있을까.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원하고 있는 것일까.

처마 밑에 매달려 흔들리는 풍경이 내게 묻는 것 같다. 너는 지금 괜찮냐고.








바람이 내게 머물다 떠났다. 폭우가 머물다 떠났고 태양이 머물다 떠났다. 한낮이 떠났고 밤이 떠났다.

모든 것들이 자꾸만 떠나갔다.

붙잡을 수 없는 것들이 떠나갔고 붙잡고 싶은 것들이 떠나갔다. 슬프고 고독했다. 외롭고 가슴 아팠다. 떠나보내야 하고 결국은 떠나야 할 존재라는 것이 그러했다.

영영 아이일 수 없고, 영영 사랑일 수 없고, 영영 그리움일 수밖에 없는 나의 본질이 그러했다.

나는 변할 수 없었다. 어떤 직면을 한대도 늘 같았다. 다 사용해버린 건전지나 망쳐진 그림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다시 나로 설 수 있을까 어떻게 나를 다시 건설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들이 무용하게만 느껴지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쓰나미로 폐허가 된 집터에 혼자 서있었다. 이 집을 어떻게 다시 지어야 할까.. 엄두를 내기 힘들었다.

나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 중심이 자꾸만 흔들린다는 것도 알고 있다. 알고 있음에도 잘 되지 않았다.






아파하는 모든 이의 곁에 함께 있고 싶었다.

자기 자신이기 때문에 비난받는 이들의 곁에 있고 싶었다. 그것이 얼마나 외롭고 고독한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외로움과 소외감 앞에서 베풀고 싶은 동정 따위는 아니었다.

인간만이 가지는 근원적인 외로움과 고독은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것이며 오롯이 혼자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고독의 심연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의 운명은 너무나 아프다.

그러한 인간의 운명과 함께이고 싶다는 것은 나의 운명에도 누군가 함께 해주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란 걸 알았다.

약하디 약하고 의존적인 모습이란 걸 깨달았다.




173 폐쇄병동
-함박눈 내리는 강변


강화유리창 밖으로

함박눈이 뛰어내리고 있다

발레리나처럼

군무를 추며

현란한 몸짓으로

강물에 뛰어들고 있다

내린 즉시

익사하고 있다

뼈도, 근육도, 살점도 없이

녹는다

기체 같은

나의 발레리나들

추어야 할 춤이 얼마나 더 남았는지

익사해야 할 사랑이 얼마나 더 남았는지

춤은 계속되고

군무가 계속되는 동안

내 몸에서도 뼈가 빠져나간다

살점과 근육도 빠져나가

집단으로 익사한다

노곤하다

노곤한 하루다

(승 한 시집 "그리운 173"중에)




그에게도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고독의 심연이 있다. 그 고독과 함께이고 싶다는 마음을 통해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연약한 의존성을 만났다.

그들의 고독에 필요한 것은 내가 아니었다. 나의 고독에 필요한 것이 그들이었다. 나의 필요였고 내 욕심이었고 내 이기심이었다.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나를 위한 사랑인 것이다. 새로운 창조가 아니라 흉내일 뿐이고 깊은 공감이라는 얄팍하고 알량한 포장에 불과할 뿐이다.

나는 흔들리고 있는 민들레처럼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그 고독과 나의 고독은 참 닮았다.

그리운 승 한 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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