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어디로부터 날아왔는지 자기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다만 지나가던 어떤 사람이 자기를 민들레라고 하는 말을 들었을 뿐이다.
민들레는 많은 것들을 보았고 들었다. 복잡한 도로를 보았고,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자동차라고 하는 것들을 보았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았고, 아이들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기분 좋은 웃음을 들었다. 발을 네 개 가지고 있는 개라는 동물을 보았고 개의 콧바람이 자기의 작은 몸을 흔들리게 하는 것을 보았다. 통통한 손으로 자기를 꺾으려는 아기의 손을 거두는 상냥한 엄마를 보았고, 남몰래 입을 맞추며 수줍어하는 남자와 여자도 보았고 그 남자와 여자가 서로에게 등을 돌리는 것도 보았다.
민들레는 모든 것을 보았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 우산 아래서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사람도 보았고, 햇살이 부서지는 날 부서진 햇살 속에서 누군가를 찾으려는 사람도 보았다.
하늘 가득 벚꽃잎이 날릴 때 그 아래서 서로를 껴안는 사람들을 보았고, 그 아래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도 보았다.
사람들은 자기의 기원을 아는 것 같았다. 그러나 민들레는 스스로의 기원을 알지 못했다. 민들레는 세상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었다. 민들레는 뿌리를 내리고 있었지만 그 뿌리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민들레는 언제나 거기에 있었지만 모든 것들은 잠시 머물다 떠나갔다. 강아지가 그랬고, 아장거리던 작은 아이가 그랬고 어떤 슬픈 사람이 그랬고 어떤 행복한 사람이 그랬다. 그들은 언제나 왔지만 언제나 다시 떠났다. 민들레는 떠나지 않았지만 모든 이들과 모든 것들은 떠나갔다.
그들의 길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궁금했지만 땅은 결코 민들레를 놓아주지 않았다. 땅을 떠나기에 민들레는 이미 너무 자라 버렸다.
모두가 오고 가는 땅에서 민들레는 담담히 흔들렸다. 햇살을 맞고 비를 맞고 바람을 맞고 눈을 맞으며 흔들리고 또 흔들렸다. 그것이 제 운명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며 거기 있었다.
민들레는 장미처럼 아름답지 않았고, 개나리처럼 화사하지 않았고, 벚꽃처럼 온 세상을 물들이지 않았다. 축하받는 이의 가슴에는 장미가 있었고
설레고 싶은 이들의 곁에는 개나리와 벚꽃이 있었지만 민들레는 자기의 자리에 있었다. 민들레는 누군가를 축하하거나 설레게 할 수는 없었지만 위로해 줄 수는 있었다. 왜냐하면 민들레는 결코 떠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늘 그 자리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어도 절대 뽑혀나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망가지더라도 부서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들레는 세상을 위로하기로 결심했다. 눈물과 아픔들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결심했다.
민들레 주제에, 장미나 백합도 아닌 게, 향기도 없는 게... 라며 누군가 비웃었다.
그래도 민들레는 자기 자리에 있었다. 민들레는 자기의 기원은 몰랐지만 자기가 민들레라는 것은 알았다. 낮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았다. 이슬에 섞인 세상의 눈물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고 눈물에 섞인 소외들을 볼 수 있었다. 작고 외로운 이들의 슬픔과 그들이 땅에 떨군 체념들을 볼 수 있었다.
민들레는 언제나 거기에 있을 것이다. 거기에서, 자기만의 방법으로 살아갈 것이다. 담담하게 흔들리며, 때로는 고요하게 비상하며 지구의 모든 시간을 함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