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오랑우탄이 주인공인 자연다큐를 보았다.
정글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오랑우탄들은 다들 나무로 올라가 비를 피했다. 그것을 tv로 지켜보던 나는 잠시 후 그들의 비를 피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내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모습으로 비를 피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랑우탄은 나무 위로 올라가더니 가장 튼튼한 가지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 근처의 나뭇가지 여러 개를 당겨 모았다. 그리고는 그것들을 제 머리 위에 썼다. 잎사귀가 빼곡히 붙은 정글의 나뭇가지들은 훌륭한 우산이 되었다.
커다란 눈망울로 나뭇가지 우산을 쓰고 있는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도 가여운지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비에 젖지 않기 위해 우산을 쓴다. 오랑우탄도 비에 젖지 않기 위해 나뭇잎을 쓴다.
우산을 쓴다는 건 자기 자신을 빗방울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비를 맞으면 체온이 떨어질 수 있고 그것은 생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은 그렇게 자기 자신을 지킨다.
자기 자신을 지키는 행위는 오랑우탄이 나뭇가지 우산을 쓰는 일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때로 나를 위하는 마음이 이기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나를 비난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오랑우탄을 떠올린다. 그 순수하고 무해한 눈빛을 떠올린다.
비를 피하고 싶은 것은 너무나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빗물 흘러내리는 창문 앞에 서서 두 팔을 안는다. 아무도 안아주지 않았던 나를 안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