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가출판을 한 이유

by 흔들리는 민들레








세상에는 좋은 글과 좋은 책이 참 많다. 그리고 그중에는 완벽한 책과 완벽하지 않은 책도 많다.

과거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내 글은 좋지도 완벽하지도 않으므로 책으로 만들 수 없으며 그렇기에 내 글을 출판해주겠다는 출판사가 없는 것이라고. 그렇기에 내 글은 종이에 찍힐 수 없는 것이라고. 그렇기에 더 열심히 노력해서 더 좋은 글을 써내야 하며 그렇기에 더 많은 책들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좋은 글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좋은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고 강의 같은 것들을 들었다. 그러나 그런 책을 읽고 들을수록 더 아리송해졌다. 도대체 좋은 글이란 무엇일까?

읽기 편한 글? 짧은 글? 쉬운 글? 감동을 주는 글?

재밌는 글? 어떤 글이 좋은 글일까? 에세이의 글쓰기가 다르고, 소설의 글쓰기가 다르고, 시의 글쓰기가 다르고, 사실을 전달하는 글쓰기가 다르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것들의 경계가 갑갑하게 느껴졌다. 왜 글은 그림처럼 자유롭게 쓰면 안 되는 걸까?














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글들에 대해 생각을 하면 할수록 소외되는 나다움을 경험했다. 내가 쓴 글을 사랑할 수 없음을 경험했다. 또 세상에게, 출판사에게,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못해 아파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나다움을 잃는 것이 가장 안타까웠다. 평범하지 않은 글, 치열하게 고민하고 분투하며 써내는 글들이 나는 더 좋았다.

이 시대에는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 많고 그래서 그런 책들이 많은 것이겠지만 나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다른 글을 쓰고 싶었다. 나만의 글,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을 계속 쓰고 싶었다. 누군가의 기준에 맞추는 글이 아닌 나만의 글을 보존하고 싶었다. 그래서 자가출판을 했다.












나의 첫 책은 내가 겪은 어린 시절의 학대를, 곪아 터진 상처를 낱이 고백하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글자 크기와 책의 크기를 조절했더니 두께가 얇아졌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내지 디자인을 하지 않았더니 정직하고 소박한 책이 되었다. 이 책이 yes24에서, 쿠팡에서, 알라딘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내 글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좋은 글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충분히 나다운 글이라는 점에서 나의 글을 사랑한다.

좋은 글과 완벽한 글이라는 세상의 기준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어떤 창작물에 기준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특별한 하나의 방대한 우주를 놓치고 만다. 그래서 나는 다른 세계도 그렇게 보려고 한다. 모든 사람은 잠재적 예술가이다. 다만 그것을

드러내거나 드러내지 않거나의 차이만 있을 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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