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나를 치료해준 선생님에게 축하를 받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이제 여기에 오지 않아도 된다니. 영원히 같은 곳을 맴돌 줄로만 알았는데...
나는 매주 같은 시간에 병원에 갔다. 매주 명치를 맞았고(물론 실제로 맞았다는 건 아니지만) 뼈 때리는 말도 들었으며, 내가 알아왔던 세상이 전복되어버리는 몹시 불쾌한 경험도 했으며, 몸이 많이 아팠다.
속이 메스꺼워서 음식을 먹을 수 없을 때가 많았고 견디기 힘든 심장 두근거림도 겪었으며, 등 언저리에서 마구 열이 나다가 식은땀이 나는 일들도 있었고, 특별한 계기나 사건이 없는데 갑작스럽게 얼굴이 붉어지는 일들도 있었다.(갱년기가 올 나이는 아니었다)
내과에 가서 검사를 해봐도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잠도 못 잤다. 우울증을 겪던 3년 동안 불면의 날들도 수두룩해서 언제나 피로했다. 두세 시간만을 겨우 잘 정도니 구내염이 항상 나를 따랐다. 한 개 정도 가 아니라 서너 개씩 나버렸다. 만성 소화불량 때문에 음식은 소식만 하거나 공복을 유지해야 할 때가 많았다. 장염은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났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느라 기운이 빠져 틈만 나면 누워 지냈다.
그랬던 내가 건강해졌다. 속이 메스꺼워서 공복을 유지해야 하는 일도 없고 심장은 나대지 않는다. 등 언저리에서 열이 나는 느낌도 없으며 얼굴이 붉어지지도 식은땀이 나지도 구내염도 소화불량도 장염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누워 있는 일도 없다. 이제는 우울증 약도 더 이상 먹지 않아도 되며 매주 같은 시간에 찾아가 더 이상 명치를 맞지 않아도 된다.
정신건강의학과는 내과나 외과처럼 내 몸에 손 끝 하나 대지 않고 나를 치료했다. 나는 이 사실이 너무나 기적처럼 느껴진다.
우울증을 통과하던 과정 중에는 알지 못했던 것, 그리고 우울증을 통과하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을 이제부터 하나하나 써 보려고 한다.
나는 우울증을 이겨내자는 목적으로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잘 겪어내자는 목적으로 이 글을 쓴다.
우울증은 언제든 우리를 찾아올 수 있고 삶을 파괴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내게 반드시 필요한 질병이었고 그 질병을 지날 수 있었음을 감사하게 되었다.
지금 우울증을 앓고 있는 이에게, 혹은 앞으로 우울증을 앓게 될지도 모를 이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