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내가 보기에 나는 매력적이다.

우울증 치료 종결, 그 후

by 흔들리는 민들레







조금은 뻔뻔하게 한다. 나는 예뻐졌다고.



내가 못 생겼다고 생각해왔다. 쭉 그랬다. 결점이 많은 외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고백을 해 오면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철벽을 쳤다.

학창 시절과 미혼시절을 떠올려보면 고백해오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 버스에서 따라 내려서 연락처를 물어오는 분도 있었고 용감하게 여학교 앞에 찾아와 기다리던 남학생도 있었다. 집 앞에서 선물을 들고 기다리던 분, 십 년 간 꾸준히 고백해 온 친구, 지방에 사시면서도 나를 보러 긴 시간을 달려오시는 분 등, 일할 때도 친구를 만날 때도 고백해오는 분들이 어디나 있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거울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못생긴 여자만 있을 뿐인데 사람들은 정말 이상했다. 자라면서 예쁘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는데 왜 사람들은 내게 정반대의 말을 하는 건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 행동이 어딘가 잘못되었거나 진입장벽이 낮아 보였다거나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했다거나 라는 등의 나름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냈고 그 결과는 철벽이었다.


그것이 내가 나를 보는 관점이었다. 사랑받을 만한 면이 없는 사람, 사랑받을 리가 없는 사람, 아름다울 리가 없는 사람...









내가 나를 바라보는 방식



사람에게는 외모 외에도 매력이라는 것이 있다. 나를 좋다고 했던 분들이 모두 내 외모에만 끌렸던 건 아닐 것이다. 나에게는 내가 모르는 다른 매력도 있다. 그런데 그것을 몰랐다. 여기에서 포인트는 모른다 에 있다. 나는 나를 몰랐다. 나의 매력을 인식하지 못하며 살았다. 장점과 단점을 일관적으로 왜곡하면서 그게 내 진짜이고 그게 세상이며 사람들이 나를 생각하는 방식이라고 여겼다. 범아일여라는 말이 있듯, 내가 나를 바라보는 방식은 세상을 바라보고 인식하는 방식에도 프레임으로 적용되었다.


몇 년 동안 지겹도록 배회한 아픈 감정들은 내가 나를 바라보는 왜곡된 방식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아픈 감정들이 아니었다면 나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서 알지 못했을 것이다.


마음이 아프다는 것에는 핵심이 있다. 통증이다.

모든 사람은, 모든 인간은 사랑받아야만 한다. 어떤 존재이든 어떤 모습이든 사랑받아야만 한다. 그 리에 대한 증거는 통증었다.







통증의 이유



내가 정말로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인간이라면 그것이 진리라면 무슨 이유로 아플까.

그것이 진리인데. 인간이 존중받지 않아도 된다면 그것이 진리라면 존중하지 않고 함부로 대하는 누군가를 비난할 이유도 존중받지 못하는 사람을 안타까워하며 그 상황에 공분을 보낼 이유도 없지 않나.


마음의 통증은 왜곡된 진실이 아닌 진짜 진실을 알려주었다. 내가 존중할 최초의 대상은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린 것이다.


이제는 전처럼 내가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지도 또 타인을 이상하다고 여기지도 않는다. 내가 보기에 나는 예쁘다. 외모뿐만 아니라 나만의 매력이 있다. 나는 가끔 웃기기도 하고 따듯한 사람이다. 타인의 아픔을 함께 느끼기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응원할 수 있는 글을 쓸지 고민하는 사람이다. 예외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사랑하고 성선설을 믿는다.

무엇보다 나는, 그렇게 희귀하다는 인프제다.

내가 인프제인 것도 좋지만 실은 그냥 나라서 좋다.

우울증을 통과하며 나는 나를 더 아끼고 사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