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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들리는 민들레 Apr 05. 2023

10. 결혼의 시대는 끝났다.

메이저가 아니라 마이너로 살겠습니다.

 

결혼을 하면 꼭 죽을 때까지 함께 살아야 하는가?

나는 의문을 느낀다. 왜 죽을 때까지 함께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부부라서? 부부니까 갖은 어려움과 고난을 함께 헤쳐나가야 해서? 좋아서? 사랑해서? 정들어서? 의지할 사람이 없어서? 밥 해줄 사람이 없어서? 로워서?(같이 있어도 외롭던데.)


 수명 길어졌다. 노년기도 그냥 노년기가 아니라 젊은 노년기와 늙은 노년기로 나뉘는데 그렇게 긴 수명을  한 사람과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할까?

그럴 시간에 [나]와 살아보는 게 훨씬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우리는 [내]가 되는데 익숙하지 않다. 관계 속에서 태어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아들 딸로, 또 어느 학교의 재학생으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으로, 누군가의 남편과 아내로, 누군가의 부모로, 누군가의 할머니 할아버지로, 누군가의 시어머니 시아버지로 살아왔다. 평생을 관계 속에서 살아온 것이다. 런데 인간은 역할로만 기능할 수 없다. 역할로만 기능하면 자기가 소외되고, 자기가 소외되면 잠재력도 같이 소외된다. 잠재력을 그냥 잠재시킨 채 죽음을 맞이한다.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 뿔내지 마시고 이제는 자기가 되시길.



 엄마들을 보면 어떤가. 안 그런 경우도 있지만 [희생]의 아이콘이 아닌가. 딸들의 소망이 엄마처럼 살지 않는 것일 정도니까. 아버지들은 또 어떤가. 힘들지 않은 인생 없고 사연 없는 인생이 없다.

인간은 운명의 주인공이기보다 이리저리 떠밀리는 신세로 살아왔다. 그런 삶이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아니죽는 순간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 역할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이, 역할 너머의 소외된 한 인간이, 너무나 가엾.


 2008년도에 방영된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는 평생 역할로만 살아오던 엄마의 독립이 그려진다. 제목처럼 엄청 뿔을 내시며. 그러나 2023년 엄마들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드라마 속 엄마가 뿔을 내시는 이유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조금 냉정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본인의 선택이었기에 남편이나 자식들에게 뿔낼 필요가 없다. 그냥 나는 그동안 너무 힘들었고 이제는 좀 편히 살고 싶다고 역할을 그만하시면 된다. 뿔을 내신다는 건, 희생에 대한 대가를 원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대가라는 것은 인정이든 사랑이든 관심이든 감사든 무엇이든 무의식적인 요구이다. 희생은 어쩌면 의존의 하위인지도 모른다.


 의존과 사랑은 다르다. 의존은 른 것에 의지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내가 나로서 존재할 때, 그러기를 희망하고 그러기를 노력할 때 사랑에도 여유가 생긴다. 다른 것에 의지하여 존재하는 사람은 그것이 없으면 존재할 이유가 없으므로 절박하며 강퍅해진다. 나이가 들어 뼈와 근육만 강퍅해지는 것이 아니라 정서까지 강퍅해지면 가장 힘든 사람은 가족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된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은 인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나일 때가 더 많다.


 희생하며 키워놨더니 지들 혼자 큰 줄 알고 <고마운 줄 모른다>는 <고마워해야 한다>와 같은 뜻이고 어쩌면 그 <고마워해야 한다>는 은, 녀나 남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한 말이어야 지 않을까.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그동안 애썼고 고맙다. 이제 희생은 다 내려놓고 나만을 위해서 내가 중심이 되어 살자.>라고 했으면 좋겠다.


 어머님들이든 아버님들이든 이제는 뿔 내지 마시고 기꺼이 고독을 선택하시기를 바란다. 고독이나 외로움에 타인의 부재와 존재는 상관이 없다. 혼자 돌아갈 우리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으므로.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 엄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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