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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들리는 민들레 Apr 03. 2023

9. 세상 모든 고유함은 다 특별하다.

메이저가 아니라 마이너로 살겠습니다.


/ 예쁜아~

/ 네?


 내가 부르고 큰딸이 대답했다. 누가 대답하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큰 딸이 냉큼 대답을 했다. 내가 웃었더니 큰딸은 왜, 뭐?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 내가 동네에서 장사한다고 무시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나는 직장에서 인정을 받고 싶어.


 할머니, 아버지, 저씨, 아줌마, 언니, 동생, 꼬마, 동네 강아지들만 빼고 주민들 80%의 헤어스타일을 도맡고 있는 미용실 늘 사람들로 붐빈다. 일테면 동네에서 제일 유명 미용실이다. 이사 가신 분들도 다시 찾아와서 커트를 할 만큼 인기가 많은 곳이어서 예약 없이는 한참 기다려야 한다. 사장님은 커트실력이 일품이 많은 손님들이 칭찬을 하시는데도 소수의 일명 까다로운(?) 손님들이 한 말을 전부라고 믿으시는 것 같았다. 커트만 일품인 것이 아니라 센스도 있으셔서 아, 하면 어. 하시기 때문에 말을 길게 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머리를 하러 갈 때마다 어떻게 해주세요 할 필요가 없다. 갈 때마다 커트를 너무 잘하신다고 말씀드려도 대답이 없다.

한 직장에서 근무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친구는 직장에서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네가 그 직장에서 그렇게 오래 근무했다는 건 이미 인정받은 것을 뜻하지 않겠냐고 물었는데 아니라고 했다.


 참 신기했다. 자기만의 강점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들의 강점과 장점을 보면서 열등감도 느끼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어쩌면 그렇게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모를까 싶어 답답했다. 


 그런데, 내가 할 소린 아닌 것 같다. 나도 그들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나에게는 줄줄이 비엔나소시지처럼 단점과 약점만 있었을까?

사람들은 각자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각자가 원하는 것도 다 다르다. 그러나 사회에는 보편적인 '잘남'의 기준이 떠돌아다닌다. 그리고 사람들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그 기준에 맞추려고 노력한다. 뭐 하나 잘하는 부분이 없다고 생각해 왔던 나도 그랬다. 세상의 그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열등감을 느꼈던 때가 있었다.


 세상에서 제시하는 <잘남의 기준> 에는 무엇이 있을까? 좋은 직장에 다니거나, 외모가 아름답거나, 좋은 집에서 태어났거나, 좋은 학교를 나왔거나, 돈이 많거나, 명예가 있거나, 또 무엇이 있을까, 성격이 좋거나(외향적인, 친화적인), 한 가지 특기가 있거나(운동이면 운동, 악기면 악기, 그림이면 그림, 드러낼 수 있는) 대충 그 정도가 될 것이다.

 

 공장에서 수십만 개 만들어져 나오는 공산품은 영혼이 없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한 사람 한 사람, 공산품과는 다른 고유한 영혼이 들어있다. 명품은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는 클래식함으로 명품임을 어필하지만 영혼이 없다. 똑같은 제품이 한 개 이상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창성 고유성 창의성 유쾌 통쾌 재미 아기자기 등등등이 없다. 클래식함은 그래서 질리지 않지만 그래서 지루하기도 하다.






당신이라는 특별함


 그러나 인간은 단 한 사람도 같지 않다. 쌍둥이라 할지라도 분명 어느 부분은 다르다. 내가 독립서점이나 작은 가게들을 좋아하는 이유 운영자의 영혼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곳에는 <매력>이 있다. 사람이 손으로 만든 제품이나 공간에 사람의 매력과 영혼이 스며있으므 예술이며 작품다. 그래서 작품이 좋다. 


 사람의 손때 묻은 물건에는 그 사람만의 에너지가 깃들어있다. 믿든지 말든지 나는 그걸 느낀다. 서가에 꽂혀있는 책들에는 수많은 부름이 깃들어있 마치 내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세상의 고유한 에너지와 아우성들에게, 기가 특별한 줄 모르고 살아가는 <작품>들께 이야기하고 싶다. 당신은 아주아주 멋진 작품이라고. 그걸 잊지 마시라고 매일 이야기하고 싶다. 길에서 횡단보에서 커피집에서 지하철 역에서 오늘도 무수한 작품들과 마주쳤을 당신들의 하루는 그러므로 특별했고 앞으로도 특별할 거라고, 가끔 아주 독하게(?) 특별한 날들도 있겠지만 그런 날들도 있어야 다채롭지 않겠느냐고 말해주고 싶다. 세상 모든 고유함은 다 특별하니까 그래서 고유함을 부르고 싶다. <작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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