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석이 화제다. 넷플릭스에 한참 올라있던 그에 대해 다룬 다큐를 보진 않았지만 내용은대충 알게 되었다. (묻지 않아도 주변에서 다 이야기해 줬으므로) 보고 싶지 않아서 보지 않았다. 감정소모가 일어나는 것들은 잘 안 보게 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바쁘다. 일상도 살아야 하고, 최근 시작한 공부도 해야 하고, 틈틈이 글도 써야 하고, 블로그 관리도 해야 하고, 바빠서 볼 시간이 잘 안 난다. 그런데도 여기저기서 그에 대한 노출이 있어서 본의아니게 보게 되는데, 볼 때마다 누군가가 한 말이 떠오른다. "어떻게 저런 사람에게!"
히틀러가 떠올랐다. 두려움을 감추려는 눈빛, 어딘지모를 음울함과 비논리적인 말들, 어딘지모를 미숙함과 부자연스러운 행동들... 곧이어 외국의 한 병원에서 언어를 이해할 수 없는 환자집단에게 정치인들의 연설장면을 보여주니 모두 거짓말이라고 했다던 일화가 떠올랐다. 환자들은 언어를 이해할 수 없어 상대방의 몸짓으로 거짓과 진실을 알 수 있는데 정치인들의 몸짓은 모두 거짓을 말할 때의 몸짓이라고 했다.
사람이 사람을 절대적으로 믿을 때 그 대상이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대상이 똑똑한 사람이건 아름다운 사람이건, 말을 잘하는 사람이건, 논리적인 이성을 가진 사람이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믿음이라는 건 믿는 자의 필요에 의해 생겨나기 때문이다. 어떤 필요일까? 절대적인 자에 대한 의존, 구원에의 욕망, 절대권력에 선택받았다는 나르시시즘, 현실에 대한 불만족 등등, 사람에 따라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사람이 너무 멋져 보이거나 존경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 때, 자기 내면을 점검해보아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 이익을 위해 타인을 세뇌하고 이용한 사람의 행동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며 또 피해자에게만 책임이 있다는 말도 아니다.)
신념도 마찬가지다. 내 안에 움튼 신념이 얼마나 깨끗한지 검토해봐야 한다. 그것이 사회에서 가치 있다고 말하는 신념인지, 멋진 사람이고 싶어서 가지게 된 신념인지, 부모나 친구나, 선생님에게서 흘러나온 신념인지, 주변의 요소들로부터 오염된 신념인지 아닌지 끊임없이 생각해봐야 한다. 인간은 오염되기 쉬운 존재다. 왜냐하면 무리와 동떨어져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이 긴 시간 진화하며 뇌 속에 프로그래밍되었기 때문이다.
청년기든 중년기든 노년기든, 사람의 내면에 자리하게 되는 가치관과 신념은 타인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그것은 놀랍게도 눈에 보이지 않는 연기처럼 우리의 내면 안에 스며들어 있어 나도 모르게 그 가치관대로 살아가게 된다. 나는 성인이니까 나는 어른이니까 결정은 어디까지나 내가 한다고 하지만 과연 그것이 온전하고 순수한 나만의 결정일까?
나만의 기준을 찾아서
내 안에 심긴 내적 기준은 순수하게 내 것일 수만은 없다. 그것을 자각하고 잊지 않으려 노력하라는 의미가 바로 몇 천년 간 계속되어 온 철학의 기초적인 질문, "당신은 누구인가?"이다. 그럴 수 없는 인간이기에 고유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 그것을 위해 끊임없이 수많은 사람에게 질문을 던진 철학자들..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이고 생각한다. 나는 이것을 먹고 싶은가? 가족들이 먹고 싶다고 하니 먹기 싫은데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나는 이것을 갖고 싶은가? 갖고 싶은 것이 물건이 아니라 타인의 호감이 아닌가?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가?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회피하고 싶은 것은 아닌가?
그것이 나의 내면에 자리한 세상의 기준을 걷어내려는 시도이자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자기만의 내적 기준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이 걷어내야 하는 일이다. 눈 깜짝할 새에 나도 모르게 세상의 기준이나 가치관을 내 것처럼 사용하게 된다. 아침저녁 세수하는 일처럼 마음도 씻어내야만 내 것을 유지할 수 있다. 남들을 따라 하는 건 쉽다. 어려운 것은 고독과 고유를 선택하는 일이다.
[나는 신이다]에 등장하는 종교와 정명석이라는 사람의 비윤리적인 행위보다 어떻게 저런 사람에게 속고 당하나 보다, 신은 본인이라던그의 자기 개념에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고대 인도 경전의 브라만이라는 개념처럼신과 내가 다르지 않다는 범아일체사상을 자기에게 적용한 것인가? 그럴 수는 없지 않을까? 그는 신이 아니라 생식기가 그의 신이니까. 그는 아마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자기가 신이 아니라는 것을.
그가 합당한 처벌을 받기를, 피해자들이 기약 없는 고통이 아니라 반드시 끝이 날 고통으로 그 복수를 대신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