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진짜 용기

메이저가 아니라 마이너로 살겠습니다.

by 흔들리는 민들레



실수는 그 숙제뿐.


/ 엄마, 나 숙제를 안 가져왔어요.. 어떡하죠?

아.. 선생님한테 많이 혼날 텐데..


주말동안 해야 할 숙제거리를 하나도 챙겨 오지 않은 작은아이의 걱정이 태산이었다. 들어보니 준비물을 가져가지 않으면 수업시간이 끝날 때까지 뒤에 서 있게 하신다거나 땀이 뻘뻘 날 때까지 앉아 일어서를 시키시는 듯했다. 아이의 걱정이 이해가 되어 나도 함께 걱정이 되었다. 주말 내내 잘 놀다가도 문득 걱정이 되는지 어떡하지.. 지금 가서 가져와야 하나..라는 혼잣말을 연신 하는 아이에게 나는 말했다.



실수를 인정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야.
당당하게 인정하고
다음부턴 잘 챙기겠습니다.
하고 벌 받고 와.
용기를 내.
다만,
네 실수는 그 숙제뿐이야.
반성하되 복종하지는 마라. 알았니?



걱정을 한 아름 안고 있던 아이가 미소 지었다. 마음이 한결 편해진 것처럼 보였다.

아이는 때로 다른 친구들보다 자기가 무언가를 잘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 속상해했다. 가령 수학시간에 다른 친구들은 다 아는 문제를 자기는 못 풀 때. 혹은 다른 친구들은 피구를 잘하는데 자기는 잘 못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 그랬다. 잘하고 싶다고 했다. 그럴 때 나는 아이에게 묻는다.


/ 잘해야만 하는 거니?


그러면 아이는 잘하고 싶다고 대답하다가 무언가를 생각하기 시작한다. 아이가 어릴 때는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야기를 해줬지만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는 대답하는 방식보다 질문하는 방식을 더 많이 쓴다. 아이가 이제는 조금씩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 같아 기쁘다.








사람들이 영웅을 사랑하는 이유



영웅을 사랑하는 이유



영화에 히어로물이 있는 이유는 아마 자신의 미숙함을 인정하기 어려워하는 인간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인간은 전지전능한 신을 믿기도 하고, 구루 guru를 따르기도 하니까. 또 인간은 누군가를 지배하거나 배제하고 싶어 하기도 하지 않나. 쩌면 그것은 미숙하고 싶지 않은 인간의 욕망이 아닐까?


실수를 했을 때 그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부분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더 많다. 그런 부분을 스스로 인정하고 반성하는 일에는 큰 용기 유연성이 필요하다.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고통이 사라질지도.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 이 세계 또한 그렇다. 아이언 맨은 하늘을 날고, 손에서 거미줄이 나오는 스파이더맨은 사람을 구한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모두에게 사랑받고 언제나 잘생기고 예쁘지만 현실 속 나는 아니다 싶을 때가 훨씬 더 많다. 그런 내가 밉기도 싫기도 하다.

그러나 히어로물이 왜 등장했을까를 생각해 보면 조금 위로가 된다. 나만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아서다. 진짜 용기가 필요한 순간은 영웅들처럼 위험에 빠진 누군가를 구하는 순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내 실수를 인정하되 자책하지 않고 나를 용서해야 하는 순간이, 어쩌면 보통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더 자주 찾아오는 순간일지 모른다. 다소 권태로울 수도 있는 일상 속에 찾아오는 반짝이는 삶의 순간은 나를 용서고 수용하는 순간이다. 나는 그래서 용기 내어 자기를 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자기를 구할 때, 어쩌면 이 세상의 고통이 사라질지 도 모르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