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10대에게 유행하는 브랜드는 양아치 브랜드가 된다.
중3 생활이 한 달쯤 지났을 때,,
다른 학교와 시비가 걸렸단다. 그래서 공설운동장에서 만나서 싸우기로 했단다. 10명씩 나가서 패싸움을 하기로 했단다. 나도 갔다. 난 싸움을 학교에서 10번째 안에 들 정도로 잘 싸우지도 않는데 내가 거길 왜 갔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아무튼 나도 갔다. 긴장되기는 했지만 재밌을 것 같기도 했다.
같은 인원수로 교복을 입고 싸운다는 건 뭔가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전설적인 패싸움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싸우러 간다고 어떤 친구는 공중전화 카드를 잘라서 들고 왔다. 잘린 공중전화 카드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서 주먹으로 면상을 날리면 얼굴에 베인 상처를 줄 수 있단다. 그리고 또 다른 친구는 라이터를 가지고 왔다. 라이터를 주먹 안에 꽉 쥐고 주먹을 날리면 주먹 안에 빈 공간이 없어져 주먹이 단단해진단다.
아무튼 저마다의 방법으로 싸움을 준비했다.
난 특별히 준비한 게 없었다. 생각보다 다른 친구들이 준비를 많이 해온 탓에 아무런 준비를 안 해 온 나는 뭔가 초라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그렇게 모여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도 오질 않았다.
오질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때 나는 "인마들 졸아서 안 나오는가 보다!!"라는 허세 섞인 말을 내뱉었다.
그리곤 상대편 학교의 아이가 한 명 왔다. 그 친구는 국민학교 다닐 때 같은 학원을 다니며 나랑 알던 사이였는데, 중학교 가서 유명해진 아이였다. 싸울 때 주먹은 쓰지 않고 더킹 오브 파이터의 테리 보가드처럼 발차기를 엄청 잘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본 적은 없다.
우리 학교 통은 그 상대편 학교의 발차기를 잘하는 아이에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기선을 제압했다.
10명이서 1명에게 다구리를 놓는 건 비겁하기 때문에 따로 싸움을 하지는 않았다.
아무튼 상대편 학교는 1명밖에 안 와서 낭만적일 것만 같은 패싸움은 흐지부지 되었다.
그렇게 다들 뭔가 허무해하고 있을 때,,, 공설운동장에는 우리보다 한 학년 위였던 몇몇 형들이 있었는데, 신발부터 옷까지 전부 휠라를 입은 휠라파가 4명 정도 있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휠라라는 브랜드는 패션의 고장 이탈리아의 고급진 느낌에 NBA 농구선수 그랜트 힐의 농구화까지 나이키나 리복과는 결은 다르지만 나름 고급진 브랜드였는데, 불과 몇 년 사이에 청소년들에게 유행을 하면서 10대 양아치 브랜드가 되었다.
휠라 파는 휠라 옷과 휠라 신발을 장착하고 최대한 양아치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때 내 친구들 중 한 명이 이왕 패싸움이 나가리 되었으니 휠라파나 잡으러 가자고 했다. 휠라 파는 대략 4-5명 정도 우리는 10명이었으니 한 살 어려도 우리가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때는 아직까지 핸드폰이 대중화되지는 않던 시절이라 휠라파 형들은 자기들의 친구들을 더 부르지 못했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공설운동장에서 근처의 초등학교까지 경보 선수처럼 걸으면서 티 나지 않게 도망갔다.
우리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뒤따라갔다. 그리고는 초등학교 운동장에 다다랐을 때 휠라파 형들을 에워쌌다.
그리고는 최대한 건방지게 한판 붙자고 했다. 어차피 우리가 2배로 사람이 더 많았고 싸움을 잘하는 친구들이 몇몇 있었기 때문에 무서울 것도 없었다.
휠라파 형들은 우리가 시비를 아무리 시비를 걸어도 절대로 싸움에는 응하지 않았고 어이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떨궜다. 그러자 친구 중에 한 명이 휠라파 형들에게 "마! 쫄 리나? 새끼들,, 그냥 가라!"라고 말했다. 그러지 휠라 파는 고개를 떨구고 갔다.
그렇게 한 번도 주먹질을 하지 않은 공설운동장 싸움은 허무하게 끝이 난 뒤 그 일을 잊었을 즈음, 우리 학교 통이 상대편 학교 3명에게 당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우리 학교 통에게 직접 물어본 적은 없지만, 통은 운동을 하던 친구라 싸움을 걸어도 그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