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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아저씨 Feb 26. 2023

7. 아니꼬우면 네가 팀장 하던가

내가 만약 너였다면..




"아니꼬우면 네가 팀장 하던가!"


아직도 뇌리에서 잊히지 않는 이 말은 내가 과장이었을 때 직속상관에게 들었던 말이다.

아직도 그 말에 귀에 맴돈다.



지금은  편하게 얘기할 수 있지만, 돌이켜 보면 힘든 과거였다.

그때 우리 부서 팀장의 술버릇은 마시면 꼭 2차, 3차를 가서 기본 12시를 넘기어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마셔야 하고, 같이 먹는 사람들이 잔을 비웠는지 확인하고,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고, 본인 혼자서만 얘기하는 것이었다.  술자리는 사무실에서 못한 얘기를 부드럽게 대화와 소통이 이루어져 분명 장점도 있는데, 우리 부서의 회식은 팀장의 일장 연설을 퇴근 후 새벽까지 6시간~7시간 들어야 했기에 고역의 날들이었다.

술 먹다가 도망가기도 해 보고, 억지로 택시에 태워서 보내기도 했지만, 도망간 다음날은 어제 왜 없어졌냐고 힘들게 하고(갈구다는 표현이 더 와닿기는 하는데..),

택시를 태워 보내면 다음날 사모님이 왜 술 취한 사람을 집에 까지 안 데려다주었냐는 질책이 돌아왔다.

이 분의 특징은 새벽까지 술을 마시면 다음날 오전까지 술이 잘 안 깨고, 취한 그 상태로 유지되며 오후 되어야 잠이 오고 숙취가 오는 스타일이었다.

마치고 집에까지 모셔다 드려야 회식이 끝나는 일이 일주일에 두세 번씩 반복이 되어 지쳐 있었을 때였다.

 



전날도 어느 때처럼 새벽까지 회식을 하고 정시출근을 했는데 숙취로 힘들게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당신께서는 푹 주무시고 늦게 오셨고, 내 술이 덜 깬 상태로 어젯밤과 비슷한 말투로 이쪽 부서 가서 참견하고 저쪽 부서 가서 한마디 하고 있었다.

부서로 돌아와 오전까지 급하게 해내라는 업무지시를 하는 상사에게 한마디 했다.

"똑같이 새벽같이 술 먹고, 팀장님은 늦게 출근하시고, 저는 몇 시간 못 자고

정시 출근해서 이렇게 빨리 해내라는 업무지시는 해내기가 힘듭니다."

"그래? 아니꼽나? 그럼 네가 팀장 하던가! 아니면 니도 팀장 되면 이렇게 해라."




지금의 회사 분위기에서 저렇게 행동하면 바로 민원이 올라가서 문책성 인사를 당하겠지만, 그때는 희한하게 그런 것이 용납이 되었다. 내 기억에 일은 안 힘든데 일주일에 두세 번씩 회식하면서 술 먹고 윗분들 모시는 것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 MZ세대들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요즘엔 코로나 영향도 있지만 세대가 변화고 세월이 바뀌어서 저녁회식하려면 최소 2주 전에는 공지해야 하고 술 먹는 것도 전부 자율로 맡겨야 하며, 1차에서 거의 끝나며, 혹시 2차를 가더라도 윗분들은 빨리 먹고 카드 주고 사라져 줘야 한다.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자기중심 속에서 살고 있다.

그것이 좀 심하면 이기주의로 불리고, 그 반대면 이타주의가 된다.

인간은 배우는 존재이기는 하지만 본능적으로 동물이기에 부단히 애를 쓰지 않으면 본인위주의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이전 부서에서 일을 본격적으로 할만할 시절에 모시던 팀장은 너무 이기적으로 행동했다.

그래서 하루는 단단히 마음을 먹고 따졌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바로 위에 언급한 말이다.


참... 일상에 힘 빠지는 소리를 듣고 세월이 흘러 이제 내가 그 자리에 올라서 일을 하고 있다.

난 그런 팀장이 안되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지만(나만의 생각일 수도... 우리 팀원의 마음을 독심술로 읽어볼 수도 없고...ㅎㅎ)

실제로는 그런 사람이 되어 가고 있지는 않는지 수시로 되돌아보고, 예전의 그날을 기억하며 조심히 행동해야 한다.



멋모르고 지낼 때는 직장생활 20년 즈음 지나면 모든 것에 익숙하고, 세상도 살만큼 살아서 즐겁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올라올수록 그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더 많이 보여서 고민이 끝나지 않는다.

난 그런 사람을 정죄하고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되묻고,

난 그런 사람이 안되어야지 하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지만 현실은 당장 괴롭다.


제일 곤란한 상황이 중간에 끼여서 윗사람과 아랫사람, 혹은 우리 부서와 다른 부서의 의견차이에 끼여 서로의 입장에서 맞는 말을 하고 있을 때, 혹은 힘겨루기의 중간에 끼여서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럼 대부분은 시간이 해결해 주는데, 급한쪽이 숙이고 오거나, 힘겨루기에서 밀리는 쪽이 지게 마련이다.

예전에 비하여 모든 의사결정이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결정되는 것 같다. 가끔 예외도 있지만.....

내가 신입사원일 때에 비하면 모든 것이 너무 좋아졌다. 상상도 못 할 만큼..

우리나라가 더 민주적으로 변해가고 있고 우리 회사가 더욱 발전하고 있다는 반증임이 틀림없다.

내 기준으로 사람과 상황을 판단하고, 내 생각과 다르다고 남을 불편히 여기지 말라는 생각이 지속적으로 든다.



하루키 형님도 이렇게 얘기하셨다.

"순간은 지나가도록 약속되어 있고, 지난 간 모든 것은 잊히기 마련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This, too, shall pass")

수천 년 전 솔로몬의 지혜를 믿고 이것을 다시금 마음속에 새기며 살아가보자꾸나.

따뜻한 쌍화차나 한잔 마시며 마음의 평안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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