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그리고 둘, 그리고 하나

에드워드 양 <하나 그리고 둘>

by 마르코
그러나 이제는 사람마다 쓰고 있는 가면의 모양이 언뜻 비슷해보이기도 하다.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우리의 삶은 결국 어딘가 닮아있기도 하고 겹쳐있기도 하다.

우리는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사람마다 소지한 가면의 개수와 모양도 다르다. 유일한 진실은 완전한 맨얼굴인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하나 그리고 둘>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정확히는 다른 가족 구성원이 알 수 없는 개개인의 이면을 다룬다. 가족 구성원의 각각의 삶을 보여주지만 삶들은 어딘가 닮아 있기도 하고 겹쳐지기도 한다.


각각의 삶들이 모여 가족을 이루지만 가족 안에서 각자는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할머니의 병세가 악화되지만 가족들 모두가 그동안 동경했던 것들을 경험해 본다. 아빠 NJ는 헤어진 첫사랑과 재회를 하고 엄마 민민은 집을 떠나 절에 들어간다. 누나 팅팅은 친구의 남자친구를 좋아하다가 첫사랑을 겪는다. 하지만 가족들 서로는 이러한 삶을 모른다. 가족이기에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을 품고 살아간다.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앞면의 진실만이 공유될 뿐이다.


그리고 여기, 나머지 반쪽 진실을 담으려는 소년이 있다. 양양, “우리는 반쪽짜리 진실만 볼 수 있나요?”라는 의문을 가지며 카메라를 들고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뒷모습을 열심히도 찍는다. 양양이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들이 볼 수 없는 반쪽 모습이다. 양양은 그것을 사진으로 기록해 보여주려는 듯하다. 왜 내가 볼 수 있는 것을 아빠는 보지 못할까. 왜 아빠가 보는 것을 나는 볼 수 없을까. 우리는 결국 같은 것을 볼 수는 없는 걸까. 결국 모두 반만을 본다. 완전한 진실은 누구도 가질 수 없게 된다.


영화는 우리가 그 나머지 반쪽을 관찰할 기회를 주고 우리를 닮은 이들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자신이 짝사랑하는 남자애와 절친한 친구가 건널목에서의 애정행위를 하는 것을 고층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는 팅팅을 꽤 오랜 시간 동안 응시하고, 가족들의 뒷모습을 찍으러 다니는 양양의 뒷모습을 쫓아가며 그의 일상을 관찰하게 한다. 그리고 우리는 <하나 그리고 둘>의 가족 구성원들이 경험하는 현재를 통해 그들을 둘러싼 일상이 우리의 것과 유사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영화 속의 인물들의 일상이 포개지는 것이 우리의 생활의 시간들을 축적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우리는 끝내 스스로 자신의 뒷모습을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의 뒷모습은 오직 타인에 의해 목격될 뿐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앞서 영화에서 그랬듯 타인의 뒷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양양의 카메라씬이 아름다웠던 이유는 자신의 시선을 기꺼이 타인에게 내어줄 줄 아는 마음에서 나온다. 가면 뒤에 숨겨진 타인이 가진 반절의 진실에 관심을 가지려는 시선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다.


에드워드 양은 하나(一)에 하나(一)가 포개져 둘(二)을 이루는 듯하다가도 종국엔 ‘一 一’로 병렬되는 영화의 도입과 끝부분의 장면처럼 가족은 집단이지만 그 속의 구성원들이 분리된 개인으로서 존재할 수 있을 때 오히려 진정한 공존을 모색해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지도 모른다. 또한 그의 영화에 대한 생각은 패티와 팅팅의 대화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패티: 영화는 현실과 닮아 있어.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하지.

팅팅: 그럼 뭐 하러 영화를 봐? 그냥 현실을 살면 되지.

패티: 일상을 통해 얻는 것 말고도, 영화를 통해 2배의 삶을 경험한다는 거지. 예를 들면 살인 같은 것. 우리가 직접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잖아. 영화를 통해 그런 게 가능한 것이지.



에드워드 양의 영화는 우리네 현실을 환기시키고 영화를 본 관객들 각자에게 주어진 일상을 한층 실존적으로 체감하며 이로써 현실을 긍정하도록 한다. 이로써 영화는 우리가 관찰자가 될 기회를 주고 우리를 닮은 이들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내 발견된다. 각각의 삶 속에서 다시 하나로 귀결되는 삶들을. 하나 그리고 둘, 그리고 하나.


우리는 내일도 모레도 어쩌면 평생을 가면을 쓰고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마다 쓰고 있는 가면의 모양이 언뜻 비슷해보이기도 하다.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우리의 삶은 결국 어딘가 닮아있기도 하고 겹쳐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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