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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진 Sep 30. 2021

아버지 이렇게 꾸역꾸역 꼭 살아야하나요?

아버지 이렇게 꾸역꾸역

꼭 살아야하나요?

제겐 비생산적인 삶일 뿐이에요

겉으로는 웃고 있으면서

안에서는 무거운 불안을

안고 살 수밖에 없었던 삶

부정적 인간 되지않으려고

긍정의 옷을 덧입고 덧입었던 제 삶

아버지

더 이상 기다림의 의미가 있을까요?

저를 버티게 해준 건

명언 詩 수필 소설 역사 등등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인문학이었어요

어디 다른 길이 보여도

좀 편한 길이 보여도

제 천성이 그 길을 가로막았어요

눈 딱 감고 디뎌보려도 했지만

아버지 꼭 닮은 딸이라

아버지처럼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진 못하는 걸 어떡해요

내려놓으라해서 다 내려놨어요

부귀영화적 삶은 애초부터

제 목록엔 없었어요

내려놓음이란 과연 뭔가요?

가장 기본적인 삶,

안굶고 편한 잠자고 마음 편하게 독서하는 것

제가 바라는 기본적인 삶이에요

독서가 사치인가요?

제게 독서는

최소의 돈으로 최고의 가치를 주는,

다른 사람들의 취미같은 것이에요

좋은 문장과 지식의 발견은

제게 최고의 즐거움을 주니까요

아버지

하루하루 불안함을 안고

30여년을 살았습니다

불안함 속에서도

희망이란 단어를 늘 새겨넣고 살았습니다

오늘 아침까지도 그 희망을 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놓아버리고 싶어요

잡히지 않는 희망

보이지 않는 희망

그 마저도 손에서 마음에서

놓아버리고 싶어요

아버지

이렇게 계속 허공만을 떠도는,

제게는 오지않는

제것은 없는 희망이라면

아버지 곁으로 데려가주세요

버틸 힘이 없어요

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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