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교사는 무엇이 다른가

독후감

by 윤아진

준비된 교사는 아이와 교감하고 싶어 한다. 많은 교사가 자신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올바른 자기 인식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학교 밖 교사이지만 나름의 교사로서의 자부심으로 나와 만나는 아이들에게 더 잘하고픈 욕심으로, 나에 대한 돌아봄으로 삼기위해 책을 열었다.


유능한 교사는 흔하게 찾을 수 있지만 훌륭한 교사는 드물다. 38년간 5학년만 가르친 어느 초등교사의 말이 놀랍다.

"올해로 제가 38년째 5학년을 가르치지만요, 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 올해가 처음이거든요."

이 교사는 5학년이란 한 틀 안에서 교육을 한 게 아니라 38년의 하루하루를 늘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아이 하나하나와 호흡하려 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유치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학교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교사의 질이다. 교육의 도구와 환경은 꼭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지구촌 곳곳이 교육의 터전이 될 수 있다. 물론 '쾌적하고 건전한 환경이 더 적절한 환경이다' 라는 말에 부인할 생각까지는 없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 교육의 커리큘럼이 절대적일 수는 없다. 모두 조금씩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훌륭한 교사가 다른 것은 정해진 프로그램과 일반적인 환경만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어디에 주어졌든 거기에 맞는 교육의 또 다른 프로젝트를 개척해낼 줄 안다. 낡은 체육관을 교실로 사용하려고 선뜻 나서는 교사는 이미 그런 노하우를 창조해낼 기본기를 가진 사람이다. 교사가 그런 열정으로 교실을 이끌어갈 때 아이들도 당연히 교사의 그 열정의 끼를 배우며 전율을 느끼게 된다.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이다.


훌륭한 교사와 학생들이 있는 교실에서도 좋지 않은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학생이 잘못된 행동을 할 때 훌륭한 교사는 그 행동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표를 갖지만 무능한 교사는 처벌하겠다는 목표를 갖는다. 유능한 교사는 잘못된 행동을 예방하려 노력하지만 무능한 교사는 학생이 잘못을 한 후에야 뒤늦게 그 학생에게 벌을 주려 애쓴다. 학생부로 아이가 보내졌을 때, 무능한 교사는 학생부에서 나오는 학생이 화가 난 상태이기를 바란다. 유능한 교사는 학생들이 더 훌륭해져서 학생부를 떠나기를 바란다. 무능한 교사는 과연 누구를 위해 학교에 있는 것일까? 학생을 화나게 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학생이 잘못된 행동을 할 때 교사는 어떻게 대처하는가? 적용만 하면 성공하는 전천후 방법은 없다. 아이 개개인의 특성이 다른 만큼 그 효과가 반드시 일치할 수 없다. 논쟁하기, 칭찬하기, 소리지르기 등등의 방법들을 사용하더라도 교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에 대한 진정한 애정이다.


학생과 교사간의 논쟁을 결정하는 사람은 교사다. 교사는 학생과 논쟁을 벌여 결코 이기지 못한다. 논쟁을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 교사는 지는 것이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서 적어도 한 사람은 어른이어야 한다. 그 어른이 교사가 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개학 첫날, 39명 중 1명이 무례하고 비협조적이라면 38명의 학생들은 선생님이 전문적이면서 학생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해결해 주기를 기대한다. 그렇게 한다면 학생들은 교사 편에 남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이 그렇지 못한 방식으로 대하는 순간, 일부는 친구의 잘잘못과는 상관없이 친구 편을 들게 될 것이다.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면 결국 그 학급엔 비협조적이고 무례한 학생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은 옳고 그른 것을 구별 할 줄 안다. 그러므로 교사가 항상 적절히 전문가답게 대처한다면 모든 아이들이 선생님 편에 서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행동하지 못했을 때 교사는 몇 명의 지지자를 잃게 된다. 그래서 특히 어려운 상황에서 품위를 지키는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벤 비셀은 '칭찬하기'가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원칙으로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진정한 것을 칭찬하라. 둘째, 구체적으로 칭찬하라. 셋째, 바로바로 칭찬하라. 넷째, 순수하게 칭찬하라. 다섯째, 사적으로 칭찬하라. 얼마 전 EBS에서 기획한 '칭찬의 역효과'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단순하게, 때로는 무성의하게, 때로는 너무 과하게 뱉어내는 칭찬들이 좋은 결과보다 오히려 역효과로 나타나는 실험 프로그램이었다. 무조건적 칭찬 그룹과 구체적 칭찬 그룹으로 나눠 실험한 결과 전자인 경우는 그 칭찬에 대한 조바심으로 대부분 컨닝을 했지만 후자인 경우는 대부분 자기 실력으로 테스트에 응하는 실험결과를 나타냈다. 구체적 칭찬 그룹에 임한 대상들은 자신의 실력향상을 위해 다음 문제를 더 난이도 있는 것으로 선택했지만 무조건적 칭찬 그룹에선 자신의 모자람이 드러날 까봐 비슷한 수준의 문제를 선택했다. 성장보다는 오히려 제자리에 머무는 역효과를 준 것이다. 요즘은 칭찬에 너무나 노출돼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하다. 그리 내세울 것 없어 보이는 이가 너무 지나치게 자만과 자존에 빠져 있는 경우를 자주 발견한다. 겉치레의 칭찬이 가져다 준 역효과들이다. 그 사람만 자신을 모를 뿐 다른 이들은 알고 있다. 자신감을 가지며 사는 것은 중요하지만 자신의 참 잣대를 제대로 볼 줄 아는 것은 더 중요하다. 자신의 능력이상의 자신감은 오히려 타인에게는 거부감을 줄 수 있다. 구체적인 칭찬 위에 진정성 있는 칭찬이 모두에게 긍정적 효과를 준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부정적인 기운은 제거돼야 한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사에 대한 기본적 존중심을 가지고 있다. '선생님이니까 아는 것이 많을 것이며 인품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들이 바로 그런 존중심이다. 훌륭한 교사는 학생들의 그런 존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해나가며 학생의 마음을 존경심으로 바꿔 간다. 하지만 무능한 교사는 기본적 존중심마저 하나씩 잃어가 적대감을 가진 학생들이 늘어나게 한다. 교사의 긍정적 기운과 부정적 기운이 교실 전체를 어떻게 바꿔가는지 교사들은 알아야 한다. 교무실, 휴게실에서 교사들의 모습과 반응들을 보라.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해 칭찬이 많은지, 험담이 많은지를. 칭찬을 즐기는 이가 많은지, 험담을 즐기는 이가 많은지를. 부정적인 기운들은 고스란히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전달된다. 말과 행동은 가슴과 머리에서 나온다. 물론 가슴이 먼저다. 따뜻한 가슴에서 좋은 생각이 나오고 긍정적 언행이 나온다. 긍정의 교사가 차려준 긍정의 밥을 먹는 학생들은 긍정의 영양분을 흡수하여 긍정의 에너지를 보여줄 것이다.


훌륭한 교사는 감정 조절의 달인이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언제나 조심하며 고쳐 나간다. '감정 조절의 달인' 이런 찬사를 받을 정도의 교사라면 존경 그 자체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그 교사는 얼마나 많은 감정 조절 연습을 했겠는가. 다양한 학생들을 대하는 교사가 항상 인내심을 잃지 않고 전문가답게 행동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훌륭한 교사는 자신의 조그만 실수까지 놓치지 않고 고쳐 나간다. 빗나간 화살로 인해 상처 받은 아이를 모른 척 하지 않는다. 실수였다면 인정하고 '선생님이 지나쳤다. 미안하다' 고 말한다. 학생들 대부분은 선생님의 그런 진심어린 사과에 감동한다. 아이들은 완벽한 선생님보다 가끔은 허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선생님께 더 친근함을 보인다. 권위적으로 지시하기보다 때로는 '나 전달법'의 대화로 선생님도 함께 힘들어함을 보여주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진솔한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무능한 교사는 권위적인 데만 관심 있다. 자신의 잘못된 점을 교정하려는 생각도 없다. 그런 자세는 아이들도 알고 있다. 아이들이 알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무능한 교사 자신밖에 없다. 선생님이니까 대놓고 말하지 않을 뿐이다. 말썽꾸러기 문제아들도 물론 다 알고 있다. 그들이 어떤 일로 말썽을 부리는지 그들과 진정한 대화를 나눌 생각도 없고 아이들을 말썽꾸러기 아닌 착한 아이로 인식 전환할 마음도 없다. 그것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그 교사는 평생 무능한 교사로 그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그들의 머릿속에 '무능한 권위'로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온몸을 교사의 자긍심으로 채우고 아이들의 미래 모습을 들여다보려는 먼 안목을 가져야 한다. 아이들의 미래에 나는 어떤 교사로 각인되고 싶은가?


훌륭한 교사는 솜씨 있게 모른 척 할 줄 안다. 이는 교실 안의 모든 일을 인지하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학생 개개인은 모두 한 두 가지씩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 어떤 재능에 두각을 보일 때 다른 것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모른척하고 감싸 안을 줄 아는 모습. 그것이 솜씨있는 기술이다.


' 배려해주기' 배려하는 분위기속에서 만들어진 결정은 절대로 틀릴 수 없다. '배려' 참 쉽게 긍정하는 말이지만 실천은 어려운 말이다. 학생과 교사는 1년의 항해를 위해 함께 배에 올랐다. 1년 동안 해결하고 완성시켜야 할 프로젝트가 바로 목적지이다. 항해하는 과정에서 선장인 교사가 세워야 할 계획은 선원들의 역할을 배정하는 것이다. 개개인의 재능을 살려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여야 심한 폭풍이 와도 침몰하지 않는다. 만약 미처 아무런 재능을 발견하지 못한 아이에게 맞지 않은 역할을 줬다면, 혹은 아무런 역할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그 아이의 존재감은 어떨까. 아이는 자신의 일에 움츠려듦은 물론이고 친구들의 무시어린 시선까지 감당해야 할 것이다. 아이는 정작 자신이 가진 재능이 있는데도 교사의 섣부른 판단으로 기죽은채로 1년을 보내야 할 것이다. 배려는 문제아도 시를 쓰게 만든다고 한다. 참 멋진 말이다. 누구든 함부로 숨어있는 맑은 영혼을 짓밟을 권리는 없다. 거친 반항 속에 숨어있는 맑음을 꺼내 보일 수 있게 하는 능력이야말로 훌륭한 교사의 자질이다.


<달만큼 큰 미소>의 작가 마이클 커제스는 미국 미시간 주의 작은 도시에서 고등학교 미식축구팀 코치 겸 학습장애아들을 가르치는 특수교사이다. 1987년 8월 어느 날, 미국 우주 로켓센터에서 전국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1주일간의 우주여행 체험프로그램에 자기가 맡고 있는 특수학교 아이들을 캠프에 참여시키고자 실행에 옮겼고 도전에 성공했다. 커제스 선생은 학습장애가 재능의 결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아이들이 어떤 과정도 충분히 해낼 것이라 믿었다. 특수교육에 종사하는 교사들의 특별한 신념은 아이들을 험난한 여정으로 몰아세우고 좌절을 경험하게 만들어서라도 그들 스스로 일어설 힘을 키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준비에 들어가면서 커제스와 그의 착한 동료 로빈은 아이들 각각의 숨은 재능에 놀랐다. 늘 모든 것에 외면되어 진채 질시와 비웃음들이 오히려 맞는 옷처럼 익숙해져버린 아이들에게 스페이스 캠프 참가는 단 하나의 희망이었다. 커제스와 로빈은 소외되어버린 아이들에게 꼭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비장애아와 똑같은 테스트를 받기를 원했고 그들보다 더 길고 힘겨운 훈련을 했다. 비장애아들이 충분한 지원을 받으며 준비를 해나갈 때 커제스와 로빈, 장애아들은 말할 수없는 멸시속에 고달픈 투쟁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럴수록 하나가 되어갔다. 이 기회가 끝임을 아는 그들은 그들의 일생에 단 한번 잡기도 어려운 기회를 잃을까봐 가슴 졸이며 열과 성을 다했다. 때로는 학습장애아들의 나쁜 특성들을 보이며 쉽게 흥분하고 난장판을 만들기도 했지만 점점 위기의 순간을 하나라는 팀웍으로 극복해나간 것이다. 커제스는 아이들이 좌절할 때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잡을 수 없는 기회를 너희들은 잡았으니 감사해야 한다고, 꼭 성공해야 한다고, 그래야 다른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채찍질했다. 놀라운 기적을 이룬 그들의 힘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배려와 긍정의 팀웍이었다. 불가능의 집단에 내쳐진 아이들을 가능의 집단에 들게 해준 마이클 커제스와 로빈이야말로 훌륭한 교사의 본보기 그 자체이다.


교사의 입지가 추락해져가고 있는 현실, 교사의 추락만 있는 게 아니다. 교사의 추락과 함께 아이들의 추락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교사의 추락만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이들을 탓하기 전에 어른인 교사부터 변해가려는 노력을 보이자. 처음에는 이 책을 읽으면서 특별할 것 없는 몇 자되지 않은 글에 다소 실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번 더듬어 볼 때 비로소 참 깨달음을 얻었다. 교사 모두는 기본기를 잊고 있었고 이 책은 그 기본기를 다시 일깨워주고 있는 것을 말이다. 교사의 기본기는 교사로서 가져야 할 교사의 진정성이다.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기 앞서 아이들 개개인의 영혼과 마주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같은 자리에 머물고 있지만 훗날 아이들의 평가는 전혀 같은 자리가 아님을 인지하고 스스로 반성하고 아이들과 눈을 맞추려고 노력할 때 교사의 입지는 물론이고 우리 아이들의 꿈나무도 건강하게 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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