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늘푸른 정의 휘감고
정상을 향한 오름 시작했을 테지만
처음에는
살펴보고 통찰하며
걸음걸음 조심스럽게 디뎌갔을 테지만
숲이 깊어져가고
그 명성 드높아 갈 때
그 향기에 점점 도취해
그 달콤함에 길들여져
성찰의 채찍,
멀리멀리 던지고 말았네
이미 정의도 다른 색으로 갈아입었네
조심스럽던 디딤이 이젠,
비뚤어진 기교담아
마음대로 활개치네
잘 무르익은 기교라면
그 얼굴, 그 자태에
단단한 존경
묻어날 테지만
그저그런
때묻은 얼굴들끼리
자기만족에 취해 있네
온갖 말로만 떠들 뿐
엄중한 자세는
이미 없네
어설픈 자기오만에
중독된 낯은
심술과 비열한 아집으로
채워졌네
고매한 먹물의 오묘함
잘 쓰면
품격을 더 하지만
잘못 쓰면
자아를 까맣게 물들일 수 있다는 것
먹물 뒤집어 쓴 그들은 이제,
푸른 정의는 모른다네
새까매진 그들만의 잔치에
그들만의 고매함으로 취해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