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맺어준 귀한 인연들
사람이 희망이다 2
촛불 시민들의 집회가 평생지기 지우들을 만들어주었다. 나보다 나이 많은 무뚝뚝한 인상의 경상도 아재들이라 가깝게 소통할 일은 드물었다.
그랬던 어색함들이 이젠, 보면 마냥 즐거운 사이가 되었다.
내가 지나치도록 투명하단 소리 많이 듣고 살아서일까? 조금씩은 속내를 감추고 사는 이들이 많은 세상이라 그만큼 상처도 많이 받았다면 받은 지나온 삶들이었다. 강하고 소신이 뚜렷한 만큼, 반대로 마음은 많이 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세 분들과 소통하고 가까워지면서 뚜렷한 우리 넷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투명함이다. 계산적이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람을 대하는 진솔함이다. 이것을 느끼면서 이분들에게 존경과 평생지기라는 믿음도 가지게 되었다.
주말 집회 뒷풀이 때, 대서님의 귀여운? 표정이 자꾸 떠올라 시 한 편을 쓰고, 종성님이 샘 낼까봐?! 또 한 편을 쓰고, 큰 형님인 경호님을 빼면 미완성이니 또 한 편을 썼다.
김경호님을 위한 詩
윤아진
입 다문 첫인상은
무뚝뚝함 가득
그 얼굴에
살짝 미소가 피어나면
그냥 편안한 아저씨 얼굴된다
말없이 웃음짓는
푸근한 그 모습 안에
선비같은 꼿꼿함도 있다
옳고그름의 판단 흐린,
나이만 어른이들
많은 세상
그대는 잘 나이든
참어른입니다.
박대서님을 위한 詩
윤아진
육십 넘어도
귀여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그대
여섯 살 최강 귀염둥이와도
귀여움 경쟁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대
나이만큼의 안목
나이만큼의 깊이
나이만큼의 자애로운 여유까지
품고 있는 그대
그대의 천진한 표정이
위트있는 언어유희가
정겨움을 선사합니다
그대는 참 괜찮은
참 어른입니다.
박종성님을 위한 詩
윤아진
손이 참 많이 가는
육십 넘은 오라버니
마음도 너무 여린 오라버니
보호본능으로
마음이 더 가게 하는 오라버니
그럼에도
정의감은
늘 살아있는 오라버니
약자의 마음 살피며
무심코 툭
챙겨주기도 잘하는
츤데레 오라버니
살아가는 얘기
진솔하게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친구같은 오라버니
그대는 꽤 괜찮은
참사람입니다.
2023. 12. 24
아진 아씨님께 보내는 답시
박 대서
까르르 맑은 웃음 소리에
열한 살 소녀의
상큼함이 배어 나온다
지지배배 쫑알쫑알
싱그러운 음성을 타고
아득한 날
내누이의 사랑이 묻어난다
이러쿵 저러쿵
도덕경을 노래하니
소싯적 내 선생님의
매서운 회초리를 떠 올린다
사람을 사랑하다
세상을 연민하고
다 주고도 부족하여
애태우는 애틋함이여
소녀가 있어 여인이 되고
여인은 내 누이로 다가오고
내누이는 나의 길이 된다
맑은 숲,
밝은 미소,
따스한 가슴,
환한 그리움으로 함께 하는
아진 아씨님이여!
영광스러운 헌정시에 감격하여 끄적여 봅니다.
과분한 찬사에 부끄러움이.
2023년 12월 25일
메리 크리스 마스날에
주방에서 주저리 주저리 씀
집회 때마다 직접 문구를 써서 가져올 정도로 문장력도 남다른 대서님이 나를 위한 답시를 써주셨다. 감사하다.
이 분들 외도 촛불의 귀한 인연들이 꽤 만들어졌다. 오랫동안 어둑해져있던 내 삶이 이런 따뜻한 인연들 덕에 촛불처럼 밝아져오고 있음을 예감한다. 이제부터 진짜 내가 살고픈, 살아야 할 내 길을 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선한 이들이, 정의로운 이들이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세상, 거창하고 너무 이상적인 것 같지만 당연히 그리 되어야 할 세상아니던가. 함께 갈 동지들이 많음에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