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지친 우리들&여름에 대한 또 다른 생각
여름이라는 계절은
사람을 아주 멍청하게 만든다
몸에서 자꾸자꾸
물을 빼내면서
정신까지 빼놓게 한다
물놀이에 아이들은 신날까?
그렇잖아도
총기 없는 머리
게으른 몸인데
완전히 멍함에 빠져들게 하는
여름이 그냥 빨리 지나갔음 좋겠다
근데
근데 말이지
이 여름이 아주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거야
사람은
무더위에 지쳐있어도
대지는 말이지
가장 푸르른 자태로
생기를 가득 머금고 있는 거야
잎의 무성함으로
그늘을 만들어
뙤약볕의 숨가쁨을
시원하게 풀어주지
한여름의 노고가 없다면
가을의 풍성함도 없는 거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라는 둥
결실의 계절 가을이라는 둥
눈 덮인 대지의 겨울이라는 둥
다른 계절엔
인심을 한가득 쓰고 살면서
여름엔
다들 인색한 마음이 아니었을까
지긋지긋하다고 말하는 무더위의 여름
이 여름에
대자연은 가장 푸르른
왕성함에 차 있다는 것을
우린 얼마나 깨달으며 살아가고 있을까?
2008년 어느 무더운 여름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