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조각들의 연주
머리가 무거웠다. 지금 왜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다. 꿈인지 생시인지 잠시 생각해 보니, 현실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윗몸을 일으켜 세우기 싫어졌다. 그냥 계속 정신을 잃은 채로 있고 싶었다.
가족의 목숨이 내게 달려 있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몸이 부르르 떨렸다. 내 몸엔 타박상도 없고, 몸 어딘가에 이상한 흔적도 없는데, 손바닥에는 축축한 땀이 흐르고 목 주변에는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다.
얼굴을 이리저리 만져보며 점점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괜찮아. 다시 기억해 보자.
하지만 어디서 출발해야 할지 모르겠다. 불안한 느낌이 든다. 배를 채워볼까? 배가 따뜻하면 마음도 편해질 거야. 내 몸 상태는 긴장 상태고, 차가워지고 굳어버릴 것 같은 몸이 되면 어쩌지? 생각만 가득하다.
나는 지금 떨고 있어. 나의 어떤 어둠의 주변까지 가고 있는 것 같아. 목과 어깨를 주무르며 몸의 긴장을 다시 풀며 안도감을 찾고 싶어졌다.
몸의 신호를 떨쳐버리지 못할 것 같다. 오늘은 지우고 싶은 기억을 떠올리는 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망설이는 내가 한심해 보여, 멈춰야 했다.
그 순간 그래 지금부터 자부심과 전혀 거리가 먼 한심한 아이. 나답지 않은 어떤 기억을 찾는 거야. 위험할 거 없잖아 라는 생각이 든다.
내 몸은 서서히 힘이 빠지면서 좀 더 자유로운 기분이 느껴졌다.
거울 속 불안해하는 내 표정은 이 정도면 괜찮아, 다시 하면 되는 거지, 하며 잠시 용감한 사람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