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좋아하지 않을 특권

감정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감각이 멈췄다는 뜻이다

by 마카롱 캡슐 소녀

<진동의 자존심>

감각이 일어나지 않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때 너는 내 마음을 움직였고,
나는 그걸 ‘감정’이라고 불렀어.
그건 네가 무슨 말을 해서가 아니라,
내 안의 감각을 건드렸기 때문이었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네 말은 너무 정리돼 있어서 오히려 낯설고,
들리지가 않아.
그리고 내 마음은 이제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아.


왜냐하면 말은 감각이 아니니까.
말은 해석이고,
감각은 반응이니까.


이제 너는 나를 진동하게 하지 못하고,
아무리 존중을 요구해도
내가 줄 수 있는 마음은 없어졌어.


그래서 가끔은 이렇게 너를 좋아하지 않는 지금의 내가,
조용하고 온전한 나만의 특권 같기도 해.

너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야
너에게서 더 이상
어떤 밀도도, 울림도, 진동도, 떨림도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야.


그건 단순히 관심이 식은 게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이 더는 반응하지 않는다는 뜻이야.

그리고 그건, 결국
너는 나를 더 이상 움직이지 말라고
조용히 말하고 있었던 거였는지도 몰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엔딩대신 속편을 기다리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