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지 못한 감정의 페이지
< 재회, 유효기간>
끝난 줄 알았는데 시작이었다
ADHD의 감정은 선형적이지 않다.
이별은 끝이 아니라, 일시정지였고
기억은 닫힌 게 아니라, 덮여 있었을 뿐이다.
재회는 계획된 만남이 아니라
감정의 파일이 다시 열리는 순간이다.
그 사람을 다시 보는 순간,
이별의 시간은 무력해지고
감정은 지금처럼 살아난다.
그건 미련이 아니라,
감정이 저장된 방식의 문제다.
ADHD는 감정을 ‘정리’ 하지 않고,
그저 ‘쌓아두기’를 하는 방식 때문에
재회는 늘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다.
재회가 반가운 게 아니라 혼란스러운 이유는,
이미 끝났다고 믿었던 감정이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하다는 걸
몸이 먼저 알아차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재회는 시나리오에 없던 장면이 아니라,
삭제되지 않은 장면의 재생이 된다.
그러면
그들은 왜 감정을 정리하지 못할까.
아니, 왜 정리하지 않고 쌓아두는 쪽을 선택할까.
그건 감정의 순간이 너무 강렬해서,
도려내듯 정리하기보단
그저 밀어 넣고 덮는 방식이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기억을 닫는 건 단절이지만,
쌓아두는 건 언젠가 다시 꺼내볼 수 있다는 묘한 안도감을 준다.
하지만 그 선택은 결국
재생을 예고 없는 반복으로 만들고,
이별은 끝나지 않고 순환된다.
기억의 재생을 멈추는 일.
그건 그 사람을 잊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 감정을, 지금 여기에선 닿을 수 없는 것으로 인정하는 용기다.
결국 이 감정의 무한 반복을 닫는 건
그 사람도, 운명도 아니라
나의 선택으로 만든 내면의 각본이다.
이제는, 그녀가 작가다.
그리고 다음 장면엔
재회 대신, 재구성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