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주권 선언

감정의 저항적 상징

by 마카롱 캡슐 소녀

릴리의 감정의 반란자

찌르레기의 반복적인 공격은
릴리의 내면에서 억눌려 있던 감정이 물리적 공간을 점유하며 반란을 일으키는 시각적 사건이다.
그 새는 과거의 추억이나 상실을 상징하지 않는다.
오히려 릴리가 가꿔야 할 텃밭을 침범하고,
그녀의 일상과 의지를 방해하는 현재의 감정 실체로 작동한다.

릴리는 정원을 가꾸려고 할수록, 찌르레기 역시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그 영역을 포기하지 않는다.
릴리는 새를 쫓아내기 위해 약을 뿌리고, 돌을 던지고, 결국 한 마리를 죽이고 만다.


그 순간, 릴리는 슬픔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낀다.
그건 억눌러왔던 자신의 감정을 폭력적으로 통제하려고 했던 자기 자신에게 느끼는 연민의 시작이다.

릴리의 감정 발화의 시작

잭의 상담사는 릴리에게 수의사이자 전직 상담사인 Dr. Larry Fine을 소개해준다.
처음엔 그를 거부하던 릴리는
찌르레기의 공격 이후,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다시 문을 두드린다.

그녀는 딸의 죽음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찌르레기에게 계속 공격당해요”라는 말을 꺼낸다.
그건 과거를 말하지 않더라도
현재의 고통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첫 발화이며, 지금의 감정을 직면하는 용기를 보여준다.


영화 <릴리와 찌르레기> 찌르레기와 사투하고 다쳐서 수의사에게 찾아온 장면

이 장면은 릴리의 감정이 처음으로 타자에게 수용되는 경험을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순간이다.

그리고 릴리가 감정의 정치적 가면을 벗고, 감정의 권리를 회복하는 첫걸음.


그녀는 이마에 상처를 입은 채,
조심스럽게 자신의 감정을 말하기 시작한다.

릴리: “내 마당에 장난쳐요.”
Larry: “당분간 마당에 나가지 마요.”
릴리: “그럼 경찰에 신고할까요?”
Larry: “슬픔의 3단계를 아세요? 협상, 분노… 그리고 그다음은 우울이에요. 기대되네요.”

Larry는 릴리의 말에 논박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그녀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건 릴리에게 처음으로 감정이 권리로 수용되는 순간이다.


릴리는 말한다:

“사람 치료하는 의사를 찾아봐야겠어요.”

Larry는 웃으며 말한다:

“다음에도 새 이야기 합시다. 찾아오세요.”

그 말은 단순한 인사말이 아니다.
그건 릴리에게 감정을 말할 수 있는 공간이 열렸다는 신호다.
릴리는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말해도 괜찮다고 느끼며,
조금의 안정감을 품고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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