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실수와 자기비난 회로의 정체
그녀는 종종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회의 시간에 말을 끊고, 중요한 약속을 깜빡하고, 메일을 보내지 않은 채 하루를 마감한다.
그럴 때마다 내 머릿속엔 자동으로 이런 문장이 재생된다.
“또 이 모양이지. 왜 나는 항상 이럴까.”
이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나의 정체성 전체를 흔드는 감정의 회로다.
1. 반복되는 실수의 정체성화
ADHD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주의력 결핍, 실행 기능의 어려움, 감정 조절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실수를 자주 경험한다.
하지만 문제는 실수 그 자체보다, 그 실수를 ‘나’로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회의 시간에 말을 끊었다” → “나는 무례한 사람이다”
“기한을 놓쳤다” → “나는 무능하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다” → “나는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이다”
이렇게 실수는 사건이 아니라 정체성이 된다.
그리고 그 순간, 자기비난 회로가 작동한다.
2. 자기비난 회로의 작동 방식
ADHD 성인의 자기비난은 다음과 같은 순서를 따른다:
1 실수 발생- 감정적 반응: 수치심, 무력감 - 자동 사고: “나는 왜 이걸 못하지?” -자기비난: “나는 항상 이래”-회피 또는 무기력 - 또 다른 실수 발생 → 루프 재시작
이 회로는 단순한 감정 반응이 아니라, 뇌의 도파민 시스템과 연결된 신경학적 패턴이다.
도파민이 부족하거나 불균형할 경우, 실패에 대한 감정적 회복력이 약해지고,
작은 실수도 과도한 자기비난으로 확대된다.
3. 실수의 신경학적 원인 vs 감정적 해석
ADHD 뇌는 전두엽 기능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1.계획 수립,-시간 감각,-감정 조절, -충동 억제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즉, 실수는 의지 부족이 아니라 뇌의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감정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감정은 실수를 “나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증거로 해석한다.
이 간극이 바로 자기비난의 뿌리다.
4. 엄마와의 관계, 그리고 대상관계이론
대상관계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어릴 적 주요 양육자(특히 엄마)와의 관계를 내면화하여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표상을 형성한다.
만약 어린 시절, 실수했을 때 비난받거나, 감정을 표현했을 때 무시당하거나, 실패했을 때 “왜 이것도 못하니”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 경험은 내면화되어 “나는 실수하면 사랑받지 못한다”는 믿음
으로 굳어진다.
이런 내면화된 대상은 성인이 된 후에도 반복된다.
→ 상사에게 지적을 받으면,
→ 친구에게 실망을 주면,
→ 나는 다시 엄마에게 혼나던 아이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때의 감정은 현재의 실수보다 훨씬 더 큰 무게로 나를 짓누른다.
“실수는 내가 나쁜 사람이란 증거가 아니다.
실수는 내가 아직 배우는 중이라는 증거다.”
나는 이제 실수를 정체성으로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그건 단지 뇌의 패턴, 감정의 흔들림, 어릴 적 기억의 메아리일 뿐이다.
자기비난 회로를 끊는 첫걸음은, 실수를 해석하는 언어를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그 언어는, 나를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