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인정에 대한 불신과 자기확신의 결핍
누군가 칭찬하면, 그녀는 잠시 멈칫한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지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그 말을 의심하고, 해석하고, 부정한다.
나는 왜 칭찬을 믿지 못할까.
왜 누군가의 긍정적인 말보다, 내 안의 부정적인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릴까.
1. 자기확신의 결핍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ADHD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반복되는 실수와 충동적 행동, 감정 기복 속에서
“나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내면의 낙인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자기확신의 결핍은
외부의 인정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타인의 평가를 과잉 해석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오늘 발표 정말 좋았어요”라는 말은
“그동안은 별로였다는 뜻인가?”로 왜곡되고,
“고생 많았어요”는 “힘들어 보였다는 뜻인가?”로 변형된다.
이건 단순한 겸손이 아니다. 신경회로의 흐름이 바뀌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일 수 있다.
2. 감각 민감성과 과잉 해석의 연결
ADHD인의 뇌는 감각 자극에 민감하다.
말투의 미묘한 떨림,
표정의 작은 변화,
메시지의 이모티콘 하나까지
모두 과잉 해석의 재료가 된다.
이건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감각 처리 회로의 과부하다.
뇌는 모든 자극을 필터링하지 못하고,
→ 도파민 회로가 안정적으로 작동하지 못한 채,
→ 불안과 경계의 호르몬(예: 노르에피네프린)이 우세하게 작동한다.
결국, 긍정적인 피드백조차 위협처럼 느껴지는 신경 반응이 일어난다.
3. 도파민 회로가 흐름을 바꾸지 못할 때
도파민은 보상과 동기, 자기효능감을 조절하는 핵심 신경전달물질이다.
하지만 ADHD인의 뇌에서는 도파민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거나, 너무 빨리 재흡수
되어 긍정적인 자극이 뇌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그 결과, 칭찬은 금세 사라지고 의심은 오래 남는다.
이건 단순한 성격이 아니라, 도파민 회로가 ‘긍정의 흐름’을 유지하지 못하는 생리적 구조다.
“나는 칭찬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칭찬이 오래 머물지 못하는 뇌를 가진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누군가의 따뜻한 말을 들을 때,
그 말을 믿으려 애쓰기보다, 그 말을 오래 기억하려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자기확신은 타인의 말이 아니라, 그 말을 받아들이는 나의 회로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