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맞는 화분

각자에게 가장 맞는 화분을 찾아서

by 당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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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해 식물을 키워보니 분갈이를 하는 이유는 참 다양하단 걸 알게 되었다.


커진 식물에 비해 화분의 크기가 작아 뿌리 성장에 방해가 될 때

반대로 화분이 너무 커 흙이 잘 마르지 않아 과습이 올 때

예쁜 화분을 발견해 분을 바꿔주고 싶을 때

화분의 재질이 식물의 물 주기 성향과 맞지 않아 너무 빨리 마르거나 물이 잘 빠지지 않을 때


맞지 않는 화분에서 자라는 식물은 성장이 더뎌지거나 심한 경우 말라버려 식물별로 떠날 때도 있다. 화분은 죄가 없다. 그저 식물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알맞은 옷을 입혀주지 못한 식집사의 실수였다. 겨울의 아이한테 여름옷을 입혀주는 것 같은 거지. 분갈이에 대한 얕은 지식으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다 보니 요즘에는 분갈이가 사실 부담스럽다. 잘 크고 있는데 내가 괜히 건드리는 게 아닐까? 같은 마음인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식물이 아니라 나 스스로한테 드는 생각이기도 했다.


얼마 전 퇴사를 했는데,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컸던 이유는 내가 뿌리를 내려도 되는 회사였는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퇴사를 하고 정말로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누군지, 꿈은 뭔지, 앞으로 무얼 하고 싶은 건지 깊게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마치 두 번째 사춘기가 온 것처럼 이 나이에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란 사람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다. 여러 제안도 꽤 있었지만 잘못된 화분으로 갈아 식물을 죽였던 사람으로서, 같은 일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다. 통장은 텅장으로 향하지만 혼자 하는 이 시간은 꽤 재미있어 가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가끔 불안도 함께...!)


지금까지 배운 건 불확실성에서 오는 고민과 불안의 끝에는 정착과 안식이 있다는 것이다. 십여 년 전 써둔 일기를 보았다. 그 시절 난 갓 사회에 나와 진학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었다. 육 년 전에 쓴 일기도 보았다. 지금 하고 있는 업을 아무것도 몰랐던 시기라 인턴부터 시작해도 되는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지금 보니 잼민이의 고민이다. 그러니 지금의 글도 내 일과 성장에 대한 고민이고 미래의 내가 볼 잼민이의 기록이기도 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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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화분에서 뿌리를 내릴지 고민된다. 아, 일단 미뤄둔 분갈이를 위해 화분부터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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