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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비 Jun 06. 2022

인간성을 되찾는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원헌드레드

가장 좋아하는 미드로 원헌드레드를 꼽는다.

생존 서바이벌 같은 느낌의 드라마인데 매회차마다 그들의 입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삶의 고군분투가 그려진다. 원헌드레드를  좋아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의 마음을 가장 원시적이면서 솔직하게 그린 게 마음에 들고  매회차마다 긴장감 있게  몰입할 수 있어서 즐거움을 주었다.


지구가 방사능으로 살지 못하게 되어 우주로의 도피 생활을 시작하게 된  스카이 크루. 우주에서의 삶이 더 이상 유지되지 않아 지구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지상으로 내려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지구는 사람들이 살기 좋은 환경이었고 이미 지상인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곳이기도 했다.

스카이 크루가 지상으로 내려오면서부터 지상인들과는 생존 서바이벌은 시작되었다. 각자 부족만이 추구하는 법칙과 가치들이 서로 다르고 상황과 환경이 다르다. 그곳에서의 부딪힘으로 서로 죽이고 싸우고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얘기를 담고 있다. 중심이 되는 인물들의 내적 갈등과 본인들이 생각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힘들어하기도 하고 이겨내기도 하면서 지상에서의 삶을 이어가지만 결국 지구는 파괴되고 사람이 살 수 없는 행성이 되고 만다. 지구가 회복되기 전까지 우주에서 머물기로 한다. 한 세기 동안 냉동상태로 보내며 살아가게 된다. 함께 냉동상태로 살아가기로 했지만 몬티와 하퍼는 동료들이 잠든 사이 우주에서 살며 새로운 행성을 찾고 남은 동료들을 위해 남겨둔다. 냉동되어 있던 동료들이 깨어나며  한 사람이 얘기한다.

"우리의 인간성을 이제 되찾자"


그동안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죽이고 싸우고 했는데 서로 무기를 들지 않아도 될만한 행성을 찾은 것 같으니 인간성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 사실 원헌드레드를 시즌6까지 보면서 정말 재미있게 봤지만 의미 있게 생각한 건 "우리의 인간성을 이제 되찾자"라는 그 장면이었던 것 같다.

마치 피라미드 구조에서 힘이 약한 하층민은 그냥 힘없이 죽어가고 올라가기 이해 잔인한 일도 서슴지 않고 치열하게 싸우며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며 살아가기를 애쓰고 피라미드 맨꼭대기 위에서 안전하게 살며 이젠 인간성을 되찾고 살자라고 다짐하는 것 같은.. 상황에 맞게 나를 끼워 맞추는 것 같아 사람으로서 보면 완전한 믿음이 가진 않는다.

하지만. 원헌드레드에서 보여준 인간의 본성과 내면의  욕구들이 사실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며 머리로서 이해를 해보려고 한다.


종교인들이 말하는 구원을 위한 회개의 의미도  어쩌면 비슷한 맥락과 욕구에서 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평생 예배 한 번 드리지 않았던 사람들. 온갖 나쁜 행동을 일삼으면서 평생을 살다가 죽기 전에 목사님 앞에서 회개하고 구원을 구하는 사람들. 죽이고 싸우고 하는 것과 결이 달라 그렇지 사실은 결론은 비슷한 것 같다.

나도 하나님을 믿고 교회에 출석을 하지만 종교인들 중에서도 기본적인 도덕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소위 말하는 교회 안에서의 직분을 달고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할 때 사실은 환멸을 느끼고 다시는 믿고 싶어지지 않는다. 그게 현실인 것을.  


사실. 살아가면서. 인간성을 찾으며 살기란 쉽지 않다. 가끔 뉴스를 보면 어느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서 피라미드 꼭대기까지 올라간 사람들을 보면 저들이 일적으론 뛰어나고 업적을 남길지 몰라도 인간성을 별로일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사회생활에서 인간성을 찾으며 살아가면 피라미드 꼭대기까지 올라가기 힘든 구조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오히려 조직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한자리 차지하는걸 더 잘 알고 있다. 내가 피라미드 꼭대기까지 올라가 보지 못한 사람이라 그들의 심중을 모두 이해하기엔 너무 부족하지만 그들의 양면성은 존재할 거라고 생각한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을 때의 아름다움은 선함뿐일까. 살다 보니 악함도 함께 존재해야 선함이 드러나고  선함과 악함을 구분할 만큼 그 너머에서 사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결국 인간성을 되찾자라는 의미는 내가 세운 기준에 최선을 다할 뿐 그 이상과 그 이하도 될 수 없는 것 같다. 그것에 대한 판단은 나 스스로 하는 것이고 주변에서 어떻게 생각하든 결국 내 기준에 부합하는 내 행동들일뿐일 것이다.


잠시나마 인간성을 되찾자라는 의미를 너무 왜곡하고 삐뚤어 보게 될뻔한 장면이었다. 그동안 싸우고 죽이고를 했던 사람 입술에서 내뱉는 말치고는 양심 없는 발언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내 기준이 아닌 상대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인간성을 되찾자라는 의미도 쉽게 풀이될 수 있을 것 같다.

또 다른 관점에서 이해하기란 참 쉽지가 않다. 마음속에 거슬리는 멘트가 결국 내 머릿속에서 맴돌고 어떤 식으로 생각해야 할지 고민하게 한다.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고 나만의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인간성을 다시 되찾자라는 의미를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상대의 상황과 기준에 부합하는 행동은 내가 이해 하 수 없는 상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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