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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비 May 27. 2022

관계의 굴레

많은 사람을 만나고 지나친다. 나 같은 경우는 관계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기 때문에 정작 내가 에너지를 쏟아야 할 때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느 순간 관계에 지치게 됐고 포기하게 되었다.

더 이상 상대를 궁금해하지 않게 되었다. 가정에 쏟는 에너지가 상당한 나는 그 외의 관계에 대해선 외면하고 싶고 눈길을 주고 싶지 않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주위에 참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나의 생각들이 그대로 먹혔으면 좋겠지만 사실상 그렇진 못하다. 나의 최대의 방어기제인 회피가 타인의 눈엔 답답함과 쓸쓸함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아이들과 놀이터에 앉아 있다 보면 여러 엄마들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 서로 물꼬를 틀 때까진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편이라 벤치에 앉아 아이들만 바라보고 있는다.  슬쩍 다가오는 엄마들이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하지만 난 많은 말을 오고 가지 않는다. 그 자체로 너무 피곤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엄마들의 반응이 보이는데 더 이상 나와의 관계를 이어갈 필요성을 못 느끼는 엄마가 대부분이었고 본인이 답답하다고 느끼면 내게 들이대는 경우가 몇 있다. 후자인 경우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관계의 경우가 많았다. 

이런 식으로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지 사람들의 오해가 쌓이기 시작한다. 본디 그다지 말이 많은 편도 아니고 딱히 관심이 가서 차를 마시고 싶은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없기 때문인지 다가선다는 말이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이런 나의 모습이 상대의 눈에는 잘난척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 같다. 대화를 단절하는 것도 아니고 예의를 갖추지 않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의 모습엔 다른 사람으로 느껴지나 보다. 


사람마다 온도 차이는 분명 있다. 나와 너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알고 지내온 엄마가 있다. 나보다 5살 정도 나이가 많아 보이는 언니인데 가끔 마주쳐 얘기를 나눌 때면 00 어머님이라고 호칭을 부른다. 그 호칭이 이내 불편했는지 늘 인상을 쓰고 있는 엄마를 볼 때면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할지 항상 고민하게 만든다. 


성인이 되고 나서 의식적으로 관계를 맺어야 할 땐 에너지를 너무 쏟고 있는 날 보며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늘 관계 안의 굴레에서 의식적으로 노력을 할 때 지치고 내 할 일을 못할 때가 많았다. 어느 순간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왔다.  자연스럽지 못한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싫고 무엇보다 나의 할 일을 못한다는 게 불편했다. 무엇하나  제대로 하지 못했던 시절은 항상 그 갈등 선상에서 머물러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나 다움이 뭘까. 나를 좀 더 주장하다 보니 관계가 되지 않고 나를 내려놓자니 일이 되지 않는다. 보통의 사람들의 틀은 항상 비슷하다. 함께해야 하고 관계를 해야 하며 일을 떠나 친해지지 않으면 집단의 무리에서 살아 남지 못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에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한다.  사회생활을 지치는 일상을 보내고 나니 지금의 남편이 더 대단해 보인다. 피곤한 그 인간관계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건 정말 인정할만한 것 같다.


가정주부로 생활하다 보니 피곤한 인간관계를 더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일상에서 엄마들과의 소통을 해야 할 때가 조금씩 문제가 되기 시작하는데 그럴 때마다 일이 많다고 피하기 일쑤다. 사실 개인적으로 바쁘기도 한 게 사실이기도 하지만 내 시간을 상대에게 온전히 맞춘다는 게 이제는 하고 싶지 않다. 그런 나의 틀에 맞추다 보니 외로워지기 시작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늘 항상 한결같지 않다. 우울함 마음이 들 땐 기도를 하곤 한다. 기계같이 감정이 없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해 주세요.. 

이런 내 마음과 달리 나는 너무 가슴이 뜨거운 사람이다. 사람을 느낄 줄 아는 장점을 아주 타고났기에 평생 다스리며 살아야 하는 운명인 것 같다.  그 뜨거운 마음을 긍정적으로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보자라고 생각도 해보지만. 같은 상황이 오면 늘 같은 지점에서 맴돌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갑자기 퍼뜩 드는 생각. 아. 나는 성인군자가 아니지... 깜빡했다.. 오늘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해 버렸다.

가볍게 생각하고 넘기면 그 굴레가 가벼운 문제가 될 수 있을 텐데..

가정주부로 살아가게 된 찬스로.. 관계의 굴레를 좀 더 가볍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안 해도 그만. 해도 그만. 

세상이 나를 맞출 수 있게. 이런 나의 파라다이스가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생각의 마술을 부려본다. 

기쁨의 가루를 뿌리면  나를 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슬픔의 가루를 뿌리면 나를 동정하고.. 온전히 나에게 맞춰 뿌려지는 가루들... 


오늘도 흩날린다. 감정의 가루들이. 

지금 내가 잡을 수 있는 감정의 가루는 무슨 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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