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라가 정상화가 되면서 학교 스케줄도 정상으로 맞춰지고 있다.
코로나로 학교 스케줄도 바뀌고 다시 정상화되는 과정을 거치며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해야 하는 엄마의 입장은 늘 혼란스럽다.
두 아이의 학원 스케줄과 방과 후 스케줄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참 어렵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수업에 지장이 가기 때문에 선생님의 연락을 받고 아이의 투정을 들어주어야 하는 나의 입장은 참 불편하다.
그날은 잘못 확인한 방과 후 시간으로 인해 하루가 틀어져 버렸다.
친구 엄마가 운동장에서 놀려고만 하는 아이를 꼬시기 위해 슬러시를 사주겠다며 집에 가자고 하는 말에 옆에 있던 우리도 덩달아 따라나서게 되었다. 슬러시를 들고 방과 후 시간에 맞춰 가면 되겠다 싶었는데 오늘따라 슬러시가 반 얼음 상태가 아닌 음료 상태였던 것이다. 10분만 기다리면 된다는 주인장의 말에 따라 우린 한자리 잡고 떡볶이와 음료를 마시며 잠시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 더운 날씨에 음료는 살얼음이 되질 않는다. 10분... 20분.. 30분... 결국 첫째에게 방과 후 시간은 쿨하게 쉬자며 설득을 하고 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배가 부른 아이들은 기분 좋게 카페에서 나왔는데 첫째 아이가 갑자기 불만을 털어놓는다.
"엄마가 방과 후 시간을 잘 확인했으면 태권도 4시부에 갈 수 있었는데.. 나도 하루가 좀 편했으면 좋겠어~"
카페에서 참 맛있게 잘 먹고 있던 아이의 태도와는 정반대로 갑자기 학원을 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아졌나 보다. 그 감정 섞인 말에 욱하는 엄마의 마음을 추스르고 방과 후 안 하는 시간에 태권도와 피아노 갔다 오면 된다고 얘기를 시작했다. 떡볶이를 먹을 땐 그렇게 기분이 좋더니 학원을 간다니 변해버린 딸아이의 태도에 나의 감정은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화를 내기 시작했고 딸아이는 주눅이 들어버렸다. 항상 기분이 좋은 동생은 괜히 눈치만 보고 있었다. 얼른 갔다 오라고 쫓아내듯 차 안에서 내리게 만들었고 투덜투덜 오만가지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은채 학원으로 올라갔다.
아이 엄마가 되는 길은 참 힘들다. 오은영 박사님의 아이 키우는 방법에 대해 많이 보기도 하고 금쪽 상담소를 보면서 그러지 말아야지 하며 다짐을 해봐도 실전에선 늘 무너지기 일쑤다.
한도 끝도 없이 화를 내게 만드는 아이들의 태도와 행동에 내 감정을 먼저 쏟아 놓는 일이 허다하다. 그렇게 화를 내고 나면 후회를 하고 다시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한다.
아이보다 좀 더 오래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주도권을 갖게 되는 일이 사실 많다. 그러나 조금씩 아이들의 생각이 깊어지고 어른들의 '대충~''요령껏~''유들하게~'라는 단어들의 의미를 알기 시작하면 여우짓도 조금씩 늘어난다. 기분이 좋지 않게 헤어진 오늘 피아노를 30분 만에 대충 끝내고 태권도로 달려가는 첫째 아이.
오늘 하루는 엄마의 바람대로 학원을 갔다는 의미만 지키고 돌아오는 것이다.
이런 날은 나도 기분 좋게 받아주고 모르는 척 눈을 감아준다.
아무렇지 않게 집에 들어와 기분 좋게 말을 거는 아이들.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기분이 풀어져서는 간식을 찾는다. 면요리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비빔면을 해주며 아이들과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수다를 이어간다. 오늘 너무 행복하단다. 두 시간 전만 해도 그렇게 기분 나빠하던 아이들이 기분이 좋아지는 시간은 순식간이다. 우리가 언제 서로 기분이 상했었지?라는 의문이 들며 다시 행복에 젖어있다.
"하빈아. 아까 엄마가 차 안에서 목소리 높여 얘기하고 스트레스받아서 집에 와서 팥빵 세 개를 다 먹었다!!" 하며 나의 마음을 털어놓아본다. 때론 아이가 나의 마음을 받아주기도 하고 느끼기도 하면서 더 가까운 관계를 만들기도 한다. "엄마. 나 오늘 너무 행복해~!"라고 웃으면서 말하는 아이들. 내가 그렇게 혼을 내도 두 시간이면 다 잊어버리고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사는 아이들. 우리들의 일상은 늘 반복되는 소소한 삶이다. 그곳에서 행복을 지켜나가는 아이들을 보며 더 큰 우주를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 입장에서 나는 세상의 전부이자 우주일 테다. 내 입장에서 아이는 세상의 전부이자 우주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