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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비 May 06. 2022

남매의 난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참 재밌는 일이 많다. 성인이 돼버린 어른들과 달리 참 순수하고 필터가 없고 솔직하다.

그런 모습이 좋아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

분주한 아침시간이 오면 너도나도 바쁠 것 같지만.. 엄마인 나만 바쁘다. 아이들은 엄마의 타는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느릿느릿 움직이기 시작한다. 남매의 하루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시작한다.

회전목마와 비밀의 정원의 노래를 틀어놓으면 아이들은 꿈틀대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입을 오늘의 옷을 꺼내놓고 아이들에게 다가가 간지러움을 태우기 시작하면 그제야 나를 아는 척 하기 시작한다. 침대에서 거실로 나오기까지 15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계속 늦었다고 말하지 않으면 움직이지도 않는 아이들.

겨우겨우 씻고 옷 입고 식탁에 앉는다. 아침 식사를 챙겨주며 멍하니 앉아 있는 아이들.

그때 첫째의 모닝 방귀 소리가 우리의 귀를 강타한다.

"뿌~~~ 웅~!!"

방귀 소리가 들리자마자 둘째 아이는 화를 내기 시작한다.

"누나 때문에 밥맛이 떨어졌어. 왜 나를 향해 방귀를 뀌어~~!" 하며 울먹이며 본인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는 것도 힘든데 방귀를 본인을 향해 낀다고 기분 나빠하는 둘째.

방귀를 뀔 수도 있지 이런 걸로 속상해한다고 시렁대는 첫째.

겨우 설득해  둘째 아이를 식탁에 데려와서 밥을 먹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둘째 아이가 방귀를 "뿌~~ 웅~!"뀌게 되었다.

고개를 돌린 누나의 눈빛이 가늘어지면서 동생을 째려보는 누나. 머쓱해하는 동생.

엄마인 내가 볼 땐 별 일 아니고 둘 다 똑같아 보이는데 정작 서로는 방귀를 뀌는 일이 엄청 큰 일인가 보다.

그때부터 우리 집엔 방귀의 규칙이 생겼다.

모닝 방귀의 규칙.

1. 일어나서 침대에서 모닝 방귀를 뀌기.

2. 식탁에서 밥을 먹을 때 뀌고 싶으면 서로를 향해 방귀를 뀌지 않기.

이 두 가지가 하루를 시작하는데  중요한 룰이 되어버렸다. 이 규칙을 지키면 하루가 평안해진다니 꼭 지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점점 현실 남매가 돼가는 아이들. 서로의 빈틈을 늘 노리고  기분 나빠하면서 기분 좋을 땐 아주 친한 친구로

지낸다. 남매의 다툼은 나에게 많은 걸 가져다준다.

아침부터 북적북적 대는 우리 집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혼자 생활하다 보니 늘 쳐져 있는 나를 일으켜 세워준다. 아이들 키울 때는 우울할 틈이 없는 것 같다. 아이들 없이 내가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아이들이 내 삶에 90프로 이상을 차지하는데 아이들이 빠지고 나면 그 90프로를 어디서 채울까.

문득 아이들이 성인이 돼서 내 곁을 떠나는 상상을 해본다. 신이 사춘기를 우리에게 주신건 부모와 자녀가 떨어지는 연습을 시작해서 주는 거라고 했다. 성인이 된 자녀가 스스로 독립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게 나의 역할인데 나는 과연 아이들을 쿨하게 떠나보낼 수 있을까.

언젠가 첫째 아이가 엄마 나는 나중에 결혼해서도 엄마 근처에서 살고 싶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단순히 엄마와 함께 있고 싶은 딸아이의 마음이 느껴진다. 이렇게 날 찾을 날이 얼마 안 남았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내게 했던 말들을 고이 마음속에 묻어둔다.


딸아. 아들아.

아직 초등학생인 너희들을 보며 엄마는 늘 기분이 좋단다.

태어날 때부터 물을 주고 잘 자랄 수 있도록 햇볕을 쬐주고. 바람이 잘 통할 수 있도록

장애물들을 베어내고. 영양을 뺏어가지 않도록 잡초를 제거해주며 키운 나의 꽃들.

그렇게 키운 너희들이 이젠 제법 커서 엄마를 도와주겠다며 짐을 나눠 들어주고 위로해주는구나.

엄마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야. 큰 어려움 없이 너희와 함께 하게 되었고 앞으로도 함께하며 또 어떤 재미난 일들이 생길지 기대가 된다.  엄마는 언제나 너희 마음과 인격을 존중해. 지금 너희들은 너무나 어린아이지만 나름의 계획이 있고 생각이 있는 걸 알아. 엄마의 역할은 꽃 같은 너희들이 비바람 맞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뿐이야. 쉽게 편히 갔으면 좋겠어.  세상은 정글과도 같아. 힘을 뺄 때와 조일 때를 조절해야 하는데 그땐 쉬고 싶을 때가 많을 거야.  그럴 때 집에 있는 엄마가 너희들의 둥지고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계속 잘해보자. 나의 이쁜 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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