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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비 Jun 20. 2022

안나라수마나라

당신.. 마술을 믿습니까.

현재는 운영되지 않고 사람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된 유원지에 리을은 미녀(앵무새)와 함께 살아간다.

어딘지 모르게 수상한 그는 마술사 복장을 하고서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 당신... 마술을 믿습니까?"


아빠의 사업 실패로 여동생과 함께 살며 언제 들어올지도 모르는 아빠를 기다리며 아르바이트를 하며 외롭게 살아가는 윤아이. 아르바이트해서 받은 오만 원이 바람에 날리면서 돈을 쫓아가다 마법사 리을을 마주하게 된다. 리을은 윤아이를 보며 " 당신... 마술을 믿습니까?" 하며 윤아이를 응시한다. 무서움을 이기지 못하고 뒷걸음질치고 마는 윤아이. 도망치듯 유원지에서 나와 집으로 향하는 윤아이는 호주머니에서 마술사의 초대장을 발견하게 된다. 다음날 오만 원을 찾으러 유원지의 마술사를 찾으러 간 윤아이는 어딘지 수상한 마술사와 다시 마주한다. 다음날 오만 원을 찾으러 갔다  리을을 만난다. 리을은 물방울을 사방에 날리며 마법사는 윤 아이의 여기저기 뚫어진 검정 스타킹을 보고 말한다. " 멋지다. 너의 물방울 스타킹 말이야"


윤 아이와 나일등은 같은 반 친구이다. 윤 아이는 연락되지 않는 아빠 대신 가장 역할을 하며 집세를 걱정하는 힘에 겨운 고등학생이다. 윤아이를 좋아하는 나일등은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고 법조인 아버지를 둔 재력가의 아들이다. 어느 날 윤아이가 마법사 리을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윤아이 뒤를 밟기 시작한다. 윤아이가 돈 때문에 리을과 만나고 있다고 생각한 나일등은 돈을 주고 자신보다 수학 점수를 덜 받을 수 있도록 가장해 거래를 하게 된다. 계속해서 윤아이의 뒤를 밟던 나일등은 오해를 풀게 되고 함께 마법을 배우게 된다. 윤아이와 나일등. 마술사 리을의 재미난 시간들이 지속된 어느 날. 학교에선 윤아이와 나일등의 거래를 알게 되고 이를 수치로 알게 된 나일등의 부모님과 선생님은 공식적으로 나일등이 돈 없는 윤아이를 후원해 왔다고  위장 후 선행상을 받도록 한다.


어느 날 유원지 마술사 집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놓은 USB에 리을이 사람을 해하는 것 같은 장면을 보고 윤아와 나일등은 충격에 빠진다. 경찰은 며칠 전 유원지에 나타난 시체도 지나가는 할머니를 해하려 하던 마술 사복을 입은 용의자도 마법사 리을이라고 생각하고 체포하기에 이른다.


유일하게 리을의 여자 사람 친구를 만나고 나서 리을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된다.

10년 전 리을(민혁)은 늘 전교 1등에 똑똑하고 잘생기고 집안도 좋은 아이였다. 중3 때부터 리을은 성적도 떨어지고 어딘지 모르게 조금씩 달라져 버렸다고 한다. 쓰러지고 난 후에도 늘 공부만 하는 리을. 형과 누나처럼 잘되야하고 부모님 실망시켜드릴 수 없다며 공부만 하는 리을. 어느 날 예쁜 나비를 보고 손을 뻗다 옥상에서 떨어져 버린 리을.  목숨은 건졌지만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며 지내왔고 지금은 마술사로 지내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리을을 체포하고 조사하다 범인은 리을이 아니고 편의점 사장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게 된다. 유아 이를 희롱하려고 했던 사실도 유원지에서 사람을 죽이고 리을에게 떠 넘기려 했던 사실도, 마술사 복장을 가장해 할머니를 해하려 했던 사실도. 모두 밝혀지게 되었다.


드라마의 리을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리을이 버려진 유원지에서 마술사로 살아가는 모습이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데로 살아가는 솔직한 모습 아닐까 싶었다. 어찌 보면 짜인 각본과 세상이 원하는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게 조화롭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것이라고 우리는 은연중에 강요당하고 그게 정상이라고 암묵적으로 믿고 있다. 정상의 기준을 누가 정하는지는 몰라도 인생을 꾸려나가기에 벅찰 때가 많은 것 같다. 영원히 크고 싶지 않은. 어린아이로 살아가고 싶은 저 구석진 나의 마음속을 흔들어 놓은 것 같았다. 꼭 성인이 돼서 돈을 벌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는 흔한 흐름대로 살아가는 것이 딱 잘라 정상이라고 할 수 없는데. 언제부터 보통의 삶이 되어 버렸을까..


"모두 잠드는 밤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다 지나버린 오늘을 보내지 못하고서 깨어 있어. 누굴 기다리나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던가. 그것도 아니면 돌아가고 싶은 그리운 자리를 떠올리나 무릎을 베고 누우면 나 아주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머리카락을 넘겨줘요. 그 좋은 손길에 까무룩 잠이 들어도 잠시만 그대로 두어요. 깨우지 말아요. 아주 깊은 잠을 잘 거예요."  

집으로 가는 길 언덕을 올라가는 내내 동생이 부르고 있는 아이유의 무릎 노래가 윤아이를 위로해 주고 있다. 이 대목은 안나 라 수마라를 보면서 윤아이의 삶이 얼마나 고달프고  벗어나고 싶은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성인 되기 전부터 생계를 꾸려 나가야 하는 윤아이를 본 리을은 자신의 모습을 봤던 것 같다. 리을처럼 마술이 필요한 윤아이를  현재의 고달픈 삶 속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마찬가지로 늘 엘리트를 강요하는 나일등은 부모님이 좋아하시기에 공부를 하는 제 모습을 어느 순간 마주하고 마술을 도피처로 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리을, 윤아이, 나일등의 공통점을 바라보는데 저절로 그들의 머리를 쓰담 쓰담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고달픈 나의 삶을 어쩌면 이겨내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수단으로 마술을 선택하고 철저하게 믿어버린 여린 사람들.


드라마로 보인 이들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감춰진 모습이 아닐까 싶다. 몸이 크고 경험이 쌓여 살아갈 때 눈, 비를 요령껏 피할 뿐이지 상처에 능숙한 것도 아니고  무딘 것도 아니다. 나보다 더 힘센 사람들의 기준에 맞춰 지내야 하는 직장인들의 비애도 마찬가지로 평생 슬픔을 감추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일일 것이다.  현실을 벗어나 도피처를 만들고 싶은 성인이 리을, 윤아이, 나일등뿐일까.

신생아로 태어나서 성인이 되기까지 겪어야 할 모든 일들은 사실 누구나 처음 경험하는 일들이 참 많을 것이다. 그때마다 도와주고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고통이 반쯤 줄어들겠지만 보통은 스스로 샌드백을 입어가며 마주 하는 현실에 밀땅을 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보여준 리을과 윤 아이, 나일등은 현실세계의 어른들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들처럼 현실을 회피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생각하고 꾸며나갈 수 없는 지금의 어른들은 어떻게 세상을 이겨 나가게 되는 것일까. 대부분 그들처럼 살진 않을 테니 다른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직장인이지만 일적인 자리에선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일터를 나가는 순간 힙합을 하는 사람처럼 옷을 갈아입고 취미생활을 이어가는 것처럼. 두 가지 삶을 살며 지금의 삶을 영위해 나가는 사람들. 현실을 포기할 수 없으니 두 세상을 동시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내게 들어오는 물살의 흐름을 막지 않고 흘러가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 리을이 보여준 내면의 단적인 바람과 고통은 결국 현실을 도피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냉정하지만 현실과의 타협을 선택하지 못한 게 참 안타깝고 아쉽기도 하다. 인풋과 아웃풋을 제대로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면 리을이 선택한 도피 생활은 실제로 이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신이 인간에게 주신 여러 가지 주변 환경과 수단을 생각해본다. 취미 생활, 오락, 레저 등. 아웃풋을 하며 살아가라는 심오한 뜻을 깨닫지 못한 경우 현실 세계의 리을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현실이 고달픈 사람에게 인풋과 아웃풋을 조절하는 사람이 되세요라고 강하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시선을 돌릴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아보라고는 얘기하고 싶다. 어차피 리을처럼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 산다면 두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되라고. 두 세상의 사람이 모두 나인 것처럼.

세상에 마술 같은 기적은 없다. 하지만 속임수 마술이라도 그것에 기뻐하고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의 할 일은 다한 것이라고 본다. 

현실세계에서 내 안의 마음속 또 다른 리을을 꺼내며 살 수는 없지만 개선될 여지와 희망은 늘 존재한다는 걸 잊지 말자.


또 다른 나의 자아의 목소리가 들린다...

드라마 속 리을,윤아이, 나일등에게 속삭이듯 얘기하고 싶었던 말.

"나는 너희를 백 프로 이해하고 공감해.

사실. 나도 너희와 같이 비슷한 삶을 살아보고 싶었어.."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게.... 또 하나의 나의 자아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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