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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비 Dec 11. 2022

누군가의 노력으로.

오늘도 역시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역시나 손에 익지 않은 서류에 대한 압박에 머리가 아파오지만 언젠간 적응할 수 있을 거야라는 마음에 하루하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내게 춥지 않냐며 히터 작동을 알려주시는 이사님. 사실 나는 서류로 인한 벅찬 마음에 내 몸의 온도가 평소보다 5도는 올라가 있는 것 같았다. 하나도 춥지 않은 이 현실은 무엇??

괜찮아요 괜찮아요라며 안 춥다고 하며 하던 일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사님이 이번 달 학교 방문 스케줄이라며 쪽지를 건네주었다. 장애인 학교 방문 간호를 시행하는데 첫 방문은 낯섦이 있으니 함께 하자고 제안하셨다. 혼자 헤쳐나가기 어려움을 느꼈던 내게 참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렇게 이사님과의 장애인 학교 방문의 첫날이 다가왔다.


장애를 가진 친구들의 학교의 풍경은 어떨까. 이곳에도 보건교사 선생님들이 계시면서 관리를 해주고 있다고 한다. 기관절개관과 비위관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있기에 보건교사 선생님들의 손이 꼭 필요한 곳인 것 같다. 장애인 학교는 아주 널찍하고 깔끔했다.  아무래도 전동 횔체어를 타고 다니는 친구들이 많고 편의를 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일반 학교와는 달리 시설이 좀 더 여유가 있고 편해 보였다.

사실 나는 학교에 들어서자마자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아이들을 워낙 좋아하기에 다가서고 함께 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진 않았다. 내가 마음이 불편해진 건 내 딸과 아들 같은 아이들이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마음이 놓였던 게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장애인을 위한 복지를 많이 신경 쓰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서이다. 장애를 갖고 있는 친구들을 수용하고 시설도 깔끔하고 편리해 보였다. 보건실도 배드도 많고 널찍하니 일반학교와는 다른 분위기가 보였다. 

이사님과 방문했던 시간은 점심 전 시간쯤이었다. 학교에서 느낀 전반적인 분위기는 편안한 분위기였고 장애아들을 수용하는 분위기였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식사 준비를 하고 식사가 불편한 아이들을 도와가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비위관으로 식사를 하는 나의 환자들과 눈을 마주치며 아이에 대해 많이 살펴보았다. 나는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기관절개관과 비위관이 관리가 참 잘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관리 부분은 장애아의 부모의 몫임이 틀림없다. 부모가 아이를 정성껏 신경 쓴 아이와 신경 쓰지 않은 아이는 분명 차이가 난다. 학교에서 보건교사들이 관리를 해준다 해도 장기간 관리의 몫은 부모다. 옷도 깔끔하게 입히고 관들이 깔끔한 걸 보니 아이들은 사랑을 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다행이다. 관리가 잘 되고 있어서!'

아이들은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새로 만난 나를 보며 부끄러운지 웃기만 하는 아이가 나는 참 사랑스러웠다.

"반가워. 우리 잘해보자!!" 

기관절개관으로 대답이 쉽진 않지만. 희미하게 대답을 한다.

"네!" 

기분 좋게 다음 반에 가보니 귀여운 여자아이 두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 친구는 굉장히 활발한 친구였다. 

사교성이 엄청 좋은 친구인데 팔을 들어 올려 사랑해 표시까지 하는 친화력을 보여주었다. 잔뜩 긴장한 나에게 사랑해 표시는 긴장을 풀어주는 묘약 같았다. 아이가 갖고 있는 관을 소독해 주며 관리해 주는데 상처가 많이 아파 보였다. '아........ 마음 아프다....'

사실. 장애아이들의 이런 아픈 부분은 마주하고 싶지가 않았다. 너무 슬프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이는 성격이 너무 좋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한 아이였다.

 ' 하나님은 이 아이에게 긍정이란 장점을 주셨구나. 정말 다행이다'

돌아가려고 준비하는데 "선생님. 한 명 더 있어요!"

뒤를 돌아보니 전동휠체어를 타고 조용히 앉아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아이가 보였다.

내가 다가서자 아이는 손을 뻗어 나의 팔을 만지기 시작했다. 이 친구는 처음에는 많이 낯설어 다가서지 않는 친구라고 했다. 근데 이젠 손도 만지고 아는 척도 하고 눈도 마주친다. 

"안녕. 반가워. 친구야. 아이들이 나를 참 좋아해. 우리 친구도 곧 날 엄청 좋아하게 될걸~"

자신만만해하는 나를 보며 씩 웃는 너의 모습. 사랑스럽구나~~~~


장애인 학교의 첫 방문은 나에게 많은 마음의 울림을 안겨 주었다.

나와 다르게 몸이 불편한 이 친구들을 수용할 수 있는 학교가 있음에 감사했다. 솔직히 학교의 분위기 굉장히 밝고 안정적인 것에 감사했다. 영화 속 도가니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누군가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좀처럼 사회에 흡수되기 힘든 부분을 감안해야 함을 좀 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이 친구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힘이 되는 간호사가 되어야겠다. 


그 누군가. 어디선가. 장애인의 복지를 위해 힘쓰는 그 누군가가 있다는 걸.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는 소리 내어 외치고 있다는 걸. 

개선되고 있고 나아지고 있다는 걸. 

대한민국의 사회가 외면하고 있지 않다는 걸. 

나는 오늘 많이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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