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당장프로젝트 May 12. 2020

배달음식 안 시키고 한 달 살기

환경을 생각하는 일은 거창하고 대단하지 않다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 일회용 컵 안 쓰기, 음식물 쓰레기 안 남기기, 전등 끄기처럼 작은 실천들이 모이면 어느새 습관이 된다. <맘앤앙팡> 편집부 기자들은 매달 주제를 정해 환경을 위한 #당장챌린지 실천하기로 했다. 기자들의 생생한 후기는 매주 연재될 예정이다.



배달음식을 중국집, 치킨, 피자 세 가지 중에 고르던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얼마 전에는 삼겹살을 주문했는데 노릇노릇 방금 구운 삼겹살과 된장찌개, 파채, 쌈무, 마늘, 쌈장까지 일회용 용기에 깔끔하게 담겨 왔다. 식사를 마치고 플라스틱 용기를 정리하면서, 배달 어플에서 [일회용품 수저 X]를 체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만이라도 배달음식을 시켜보지 않기로 결심했다. 배달 어플을 삭제하는 것으로 한 달 챌린지를 시작했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배달음식의 여러 가지 얼굴
오늘 아침 잡은 회를 오전에 주문하면 저녁에 먹을 수 있다는 SNS 광고를 보고 주문을 망설였다. 잠깐 생각해보니 택배 발송도 배달음식이었다. 신선한 회는 플라스틱 용기와 스티로폼 박스에 둘러싸여 집 앞에 도착할 터였다. 이외에도 가끔 시켜 먹었던 샐러드 배송, 새벽 배송 모두 배달음식의 다른 얼굴들이었다. 


자나 깨나 배달 조심
“해산물은 여기서 사고, 치킨은 숙소에서 배달시킬까?” 3초 후 나는 내가 한 말에 깜짝 놀랐다. 가족여행 중 재래시장에서 저녁거리를 사던 중 자연스럽게 ‘배달’이라는 단어가 툭 튀어나온 것. 막 배달 와서 따끈한 치킨을 먹고 싶은 마음에 순간 챌린지를 완전히 잊어버렸다. 다행히도 금세 말실수를 깨닫고, 옛날 통닭 한 마리를 종이봉투에 포장해왔다. 


숨 쉬듯 자연스러운 배달
지난번 치킨 사건처럼 챌린지를 깜빡한 것도 아니었다. 배달음식을 시킨다는 인지 자체를 하지 못했다. 내 앞에 놓인 엽X떡볶이를 보고서야 챌린지의 실패를 깨달았다. 오랜만에 친구와 조카들을 만난 날이었다. 한참 키즈카페에서 놀다 “저녁은 우리 집에 가서 시켜 먹을까?”하는 친구의 질문에 무의식적으로 좋다고 대답했다. 친구가 떡볶이 시켜도 괜찮냐는 두 번째 질문에도 고개를 끄떡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육아에 지친 친구에게 '배달음식 NO'를 외칠 수 있었을까?



사랑하지만 헤어지고 싶은 너,
배달 음식


한 달 동안 챌린지를 하면서 느낀 점은 한국인 밥상에 김치가 올라오는 것처럼 배달음식은 우리의 식습관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배달음식을 시키지 않으려면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서 주의와 경계가 필요했다.

이번 챌린지 이후 나는 배달음식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지 못하겠다. 배달음식은 바쁘고 여유 없을 때 우리의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고마운 존재임은 분명하다. 앞으로도 배달음식은 완전히 끊을 수 없겠지만, 한갓진 주말이면 배달 어플에서 맛집 순위를 스크롤하는 대신 두 발로 동네 맛집을 찾아 나설 예정이다. 




환경을 위해 어떤 실천을 해야할지 감이 안 잡히시나요?

★지구를 구하는 상상력이 담긴 '지구인카드' 펀딩 중



글 위현아 기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