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생각하는 일은 거창하고 대단하지 않다.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 일회용 컵 안 쓰기, 음식물 쓰레기 안 남기기, 전등 끄기처럼 작은 실천들이 모이면 어느새 습관이 된다.
<맘앤앙팡> 편집부 기자들은 매달 주제를 정해 환경을 위한 #당장챌린지를 실천하기로 했다. 지난주 '배달 음식 시키지 않기'에 이어 두 번째 주제는 '일회용 비닐 안 쓰기'다. 기자들의 생생한 후기는 매주 연재될 예정이다.
부끄럽게도 편리하고 예쁜 것들만 쫓으며 살았다. 내가 사고 쓰는 물건들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심 갖지 않은 채 말이다. 연일 계속되는 미세먼지에 매일같이 마스크를 써야 하는 아이,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놀지 못하는 아이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엄마가 되고 나서야 환경 문제와 진지하게 마주했다. 나의 일상에 직접적인 불편함과 불안감이 엄습하자 그제야 깨닫게 된 것이다. 지구를 아끼지 않고 살아온 게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일회용 컵 쓰지 않기, 천연 세제로 바꾸기,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주물, 스테인리스 등의 주방기구 사용하기, 일회용 비닐 쓰지 않기 등 몇 가지 실천 목록을 정했다. 이 중 가장 쉬울 줄 알았던 '일회용 비닐 쓰지 않기'는 무언가를 담아야 할 때마다 실패.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한 달간 집중적으로 실천하기로 했다. 원치 않는 상황에 자주 일회용 비닐과 맞닥뜨려야 했지만, 비닐 대신 패브릭 주머니를 사용할 때마다 행복함을 느꼈다.
위생 봉투? 얼마나 더 깨끗하려고?
∨ 잦은 실패의 원인 : 위생 강박
일회용 비닐봉지의 유혹에 여지없이 넘어가는 상황은 딱 두 가지. 매일 아침 아이 유치원 가방에 칫솔, 컵, 물통, 수건 등의 준비물을 넣을 때와 마트에서 고기, 생선 등을 장바구니에 담을 때다. 먼저 아이 준비물을 쌀 때는 일명 '위생 봉투'라 불리는 일회용 비닐봉지가 마치 먼지로부터 아이의 물건을 절대적으로 보호해 줄 것만 같아서다. 두 번째로 고기와 생선 쇼핑을 할 땐 냄새나는 국물이 흘러 다른 물건을 오염시킬까 봐 걱정이 돼서다.
∨ 내려놓음이 준 쉬운 해결법 : 내려놓기와 주머니
사실 강박과 불안감을 내려놓으면 성공은 따 놓은 당상이었는지도 모른다. 위생 봉투에 아이 물건을 싸지 않아도 충분히 위생적일 수 있으며, 이미 래핑 된 채로 판매되는 고기와 생선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사실이 그랬다. 아이 준비물은 일회용 봉투 대신 패브릭 주머니에 챙겨 보냈고, 장을 볼 땐 작은 에코백을 하나 더 챙겨 따로 담았다. 깜빡 잊었을 땐 짐 사이에 최대한 기울지 않게 담았다.
∨ 작은 변화로 얻은 것 : 행복과 안도
아직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새 일회용 봉지를 꺼내는 일이 현저히 줄었다. 집안 곳곳에 쓰임 없이 숨어있던 패브릭 주머니들에 용도가 생겼고, 무엇보다 패브릭에 아이 물건을 담아 보낼 때마다 찾아오는 행복감이 참 좋다. 내려놓지 못할 것 같던 강박이 사라지니 마음도 편안하다.
언젠가 정말 '안녕'할 수 있길.
그동안 에디터에게 일회용 비닐이란 불안감 없이 무엇이든 담을 수 있고, 쓰고 버리기도 쉬웠던, 두세 달에 한 번은 2~3팩씩 사서 쟁여뒀던 필수품이었다. 분명 일회용 비닐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겠지만, 한 달간 집중 실천하면서 랩이나 쿠킹 포일처럼(에디터는 현재 랩과 포일을 사용하지 않는다) 언제가 완전히 '안녕'할 수 있는 물건이 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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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오정림 기자
사진 어상선(어린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