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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장프로젝트 May 12. 2020

배송 없는 한 달 살기

환경을 생각하는 일은 거창하고 대단하지 않다.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 일회용 컵 안 쓰기, 음식물 쓰레기 안 남기기, 전등 끄기처럼 작은 실천들이 모이면 새 습관이 된다. 
<맘앤앙팡> 기자들은 매달 주제를 정해 환경을 위한 #당장챌린지를 실천하기로 했다. ‘배달 음식 시키지 않기’ ‘일회용 비닐 안 쓰기’에 이어 ‘배송 없는 한 달 살기’다. 배송 없는 한 달 살기는 탄소 발자국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발상이었다. 기자들의 생생한 후기는 계속된다.



바야흐로 배송의 시대 아니던가.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손가락을 까딱이며 쇼핑을 하는 몹쓸병에 걸리고 말았다. 배송 없는 한달 살기 가능할까?



편리함을 주문했더니 쓰레기가 딸려왔네

택배 상자, 깨짐 방지용 완충재, 정성스럽게 싼 포장재 등등. 포장재를 하나하나 벗겨내고 만나는 상품은 더할 나위 없이 반갑다. 흠집 하나 없이 고스란히 내 손안에 들어오는 일은 무척 감사하다. 만남의 기쁨과 함께 청소의 번거로움이 딸려오는 건 숙명이지만, 해도 너무하다 싶다. 아무리 재활용되고 친환경 소재라 한들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온다. 이렇게 많은 쓰레기와 분리배출, 청소의 수고를 감내할 만큼 배송이 필요했던가. 배송 없는 한 달 살기가 당장 챌린지가 된 이유다. 


천천히 오세요. 급하지 않으니까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 그 이름은 택배 기사님! 오늘 주문했는데 내일 도착한다니...심지어 아침에 주문한 책이 오후에 도착하고, 지난 밤 클릭한 ‘주문하기’ 버튼이 오늘 내 손 위에 물건으로 놓이는 마법이 펼쳐지는 세상이다. 



상품을 오늘 14~16시경에 배송 예정입니다.


택배 상자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 궁금해져 배송조회를 해보기도 한다. 지난 밤 파주 출발, 새벽 2시 대전 터미널 하차, 아침 6시 지점 상차, 오전 8시 배송 출발… 짧은 기다림조차 견디지 못하는 내게 오려고, 택배 상자는 차를 타고 밤새 달리고 또 온종일 서울여행을 했다. 출발은 했는지, 언제쯤 도착할 지에만 관심 있었던 게 미안해졌다. 빠른 배송의 편리함에 중독되어 기다림에 더 인색해진 게 아닐까.



 ∨  불편합니다 

배송 없는 한 달 살기는 물건이 운송수단을 타는 것을 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떡볶이나 치킨이 오토바이를 타고 오는 것, 운동화가 비행기를 타는 것, 옷가지나 책이 자동차를 타는 것을 금지했다. 덕분에 전화 한 통, 마우스 클릭 몇 번, 스마트폰 터치 몇 번이면 끝나던 모든 일이 불편해졌다. 직접 가서 계산하고 받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으므로. 제철 식재료를 산지에 주문해서 받지 못하는 아쉬움은 엄청났다.


 ∨  알게 됐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한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무언가 하기는 좀 불편해서 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 본다. SNS를 살피고, 포털사이트를 배회하다 보면 어느새 장바구니가 가득 찬다. 습관성 온라인 쇼핑은 주문의 기억을 잊은 채 배송 받는 물건도 종종 생긴다. 배송을 받지 못하는 삶 = 온라인 쇼핑과의 이별. 의도치 않은 이별은 소비 습관을 알아차리게 했다. 쓰레기와 함께 불필요한 소비마저 줄이는 경제적 성과를 얻었다할까.

 ∨ 
 재미있습니다 
배송을 잃으면 움직여야 한다. 물건 혼자 차를 타고 올 수 없으니 사람이 데리러 가야 하니까. 퇴근길에 지하철역 앞 슈퍼마켓에 들러 조촐한 장을 봤다. 주말에는 산책길에 화원에 들러 베란다 텃밭에 심을 모종을 사기도 하고, 쇼핑몰에서 화사함을 뽐내는 봄옷을 구경했다. 그런데 이게 뭐라고 재미있다. 도대체 왜, 얼마나 오랫동안 이런 소소한 재미를 잊고 지낸걸까.



배송 없는 한 달은 인지하기에 충분했다편리함을 좇는 사이 환경도나 자신도 변했다는 것을환경 문제는 너무 거창해서 무심코 저지른 행동이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는 걸 잊기 쉽다무심함에 후회하기 보다 인식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당장챌린지를 이어갈 생각이다.



환경을 위해 어떤 실천을 해야할지 감이 안 잡히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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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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