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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장프로젝트 Jun 26. 2020

슬기로운 주방 생활

환경을 생각하는 일은 거창하고 대단하지 않다.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 일회용 컵 안 쓰기, 음식물 쓰레기 안 남기기, 전등 끄기처럼 작은 실천들이 모이면 새 습관이 된다. 

<맘앤앙팡> 기자들은 매달 주제를 정해 환경을 위한 #당장챌린지를 실천하기로 했다배달음 시키지 않기 일회용 비닐  쓰기 배송 없는   살기 페트병반으로 줄이기’ 등 각자 자신이 지킬 수 있는 목표를 정하고 도전한다성공의 뿌듯함을 담은 혹은 실패 후의 반성과 깨달음을 담은 기자들의 생생한 후기는 계속된다.


환경을 생각하면 지금 당장 바꿔야 할 생활습관이 족히 수백 가지는 넘겠지만 그동안 살림을 하며 머릿속에 생각했던 다섯 가지만 먼저 시작해보기로 했다. 일단 에디터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방에서의 나쁜 습관부터 개선해보기로 했다.


첫째,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사실 우리 부부는 잔반이 거의 나오지 않는 편. 문제는 6세 아이인데,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양을 알면서도 조금씩 더 오버해 담고, 아이가 먹지 않을 것 같은 음식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담아주는 내가 문제였다. 그런 엄마의 욕심을 내려놓기로 했다. 또, 양가에서 주시는 반찬은 늘 우리 세 식구가 먹고도 남아 결국 일부는 버려지는데 이제 먹을 만큼만 받아오기로 했다.


둘째, 용기 깨끗하게 배출하기

평소 빨대를 분리하고 납작하게만 접어 버리던 우유 팩, 주스 팩 등의 종이팩은 가위로 자른 뒤 깨끗하게 씻어 말려 버리기로 했다. 헹굼 없이 버리던 플라스틱을 포함해 이물질이 있는 모든 용기를 귀찮더라도 더 깨끗하게 씻어 배출하기로 했다.


셋째, 물티슈 사용 줄이기

아이가 태어난 지난 2015년부터 물티슈는 우리 가족과 함께 동고동락해오고 있다. 주방, 거실은 물론 방마다 하나씩 두고 수시로 뽑아 댄다. 먼저 6년 동안 우리 집에서 자취를 감췄던 행주를 주문했다. 질리지 않게 예쁜 행주 3종을 사용하며 물티슈 사용을 줄여 보기로 했다.  


넷째, 새벽 배송과 로켓 배송 줄이기

뉴스로 배송기사의 과로사를 접한 게 두어 번. 하루가 멀다고 주문하던 새벽 배송과 로켓 배송을 최대한 줄여 보기로 했다.


다섯째, 동네 재래시장 이용하기 자동차를 타고 마트로 장을 보러 가는 대신 에코백을 챙겨 동네 재래시장을 자주 찾기로 했다. 마침 재난지원금까지 지급됐으니 습관을 바꾸기에 좋은 기회였다.



당장챌린지 보고서
V 재활용 분리배출에 더 신경을 쓴다
매주 화요일 분리배출 담당인 남편 말이 종이팩을 깨끗하게 씻어 말려서 나오는 사람이 생각보다 없더란다. 작은 차이지만 뭔지 모를 뿌듯한 감정이 순간의 귀찮음을 잊게 한다. 모든 용기에서 라벨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일, 이물질이 든 플라스틱이나 유리병을 깨끗하게 씻어 분리수거하는 일에 조금 더 시간을 쏟게 되었다.     
 
V 필요한 만큼만 산다
새벽 배송과 로켓 배송 없이 지내온 한 달 남짓. 하루가 멀다고 주문하고, 다음날 상품을 받던 생활에 익숙해 있어서 솔직히 조금 불편했다. 특히 새벽 배송이나 대형마트에서 주문하던 고퀄의 식재료(예를 들자면 부라타 치즈나 특수 채소 같은)들을 쉽게 구할 수 없어 아쉬웠다. 하지만 시간은 많고 운동은 부족한 나에게 동네 재래시장 장보기는 꽤 유익한 일정이다. 또 들고 올 수 있을 만큼, 그때그때 먹을 만큼의 양만 구매하니 버려지는 식재료가 훨씬 줄었다. 남기는 음식과 버려지는 식재료가 줄어드니 거의 매일하던 음식물 쓰레기통 비우는 일이 줄었다. 당연히 포장재 쓰레기도 줄었다.     

V 역시 매우 부지런해야 한다
쏙 뽑아서 쓱쓱 닦고 휙 버리면 그만인 물티슈와 달리 행주는 사용 후 삶고 바싹 말려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번거롭지만 물을 끓이고 주전자를 닦는 과정이 두 달 만에 완벽하게 익숙해진 것처럼 행주를 삶는 일도 곧 익숙해지리라 믿는다.


약간의 차이는 분명 생긴다.


"내일 당장 변화가 오지 않더라도 약간의 차이는 분명 생긴다. 작은 차이의 첫걸음은 나무를 심는 것이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케냐의 여성 환경운동가 왕가리 마타이의 말이다. 지난 한 달, 스스로 목표한 슬기로운 주방 생활 1을 실천하면서 슬기로운 주방 생활 2의 리스트들이 마구 떠올랐다. 주방이라는 작은 공간 안에서만도 아직 고쳐야 할 나쁜 습관이 수두룩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절대'라는 부담을 내려놓고, 약간의 차이를 위해 가능한 많은 #당장챌린지에 도전해봐야겠다. 나 그리고 모든 지구인의 '약간'이 모인다면 그 변화는 어마어마하지 않을까.   




 박선영 기자
사진 언스플래쉬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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