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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장프로젝트 Oct 23. 2020

분리배출하다 화병에 걸렸습니다

얼렁뚱땅 재활용품을 버려왔던 에디터의 좌충우돌 올바른 분리배출 도전기.


반성합니다
2020년부터 지구를 지키겠다며 매달 주제를 정해 환경을 위한 실천을 했다.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를 챙기고, 굳은 인내심으로 배달음식을 끊고, 회사에서는 양치컵을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집밖에서는 요란법석 유난을 떨면서도, 정작 집안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분리배출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었다. 마트를 한 번만 갔다와도 쓰레기는 수북히 쌓였고 페트병과 라벨, 스티로폼과 비닐, 택배상자와 송장 스티커는 '재활용품'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뒤섞여 집밖으로 내버려졌다. 

외면했습니다
에디터는 아파트 단지가 아닌 다세대 주택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동네에 산다. 분리수거장에 '플라스틱', '유리', '비닐'이 써붙여진 팻말도 없고, 분리수거를 잘못했다며 나무라는 경비아저씨도 없다그래서 나는 알지만 모르는척, 얼렁뚱땅 분리배출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양심의 가책은 느꼈는지 도둑고양이 마냥 한밤중에 재활용 쓰레기를 내놓았고, 다음날 아침이면 쓰레기는 말끔하게 사라져 있었다.



화가 났습니다
'제대로' 분리배출하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지, 몰랐다. 송장스티커, 라벨 테이프 등 각종 테이프를 뜯으며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스티커를 뜯었지만 종이 자국은 그대로 남아있고, 대부분 제품들의 라벨지는 소비자의 분리배출은 고려하지 않은 채 만들어졌다. 맨손으로 분리하기 어렵고 칼이나 가위같은 도구가 반드시 필요했다. 왜 음료수 브랜드들이 자신들은 라벨을 완전히 없앴다고, 라벨테이프를 뜯기 쉽게 만들었다고 소리높여 자랑했는지 깨달았다. 

달라졌습니다
지금처럼 얼렁뚱땅 분리배출을 해도 지금 '당장' 나에게 오는 피해는 없다. 그저 재활용되지 않고 매립장으로 가는 쓰레기가 늘어나고, 환경파괴 가속화에 조금 기여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이번 챌린지 이후 제품 포장지에 표기된 재활용 표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재활용으로 내놓은 모든 쓰레기들이 완벽하게 재생되지는 않겠지만 재활용수거장으로 가겠구나 안심이 됐다. 앞으로도 나는 플라스틱 뚜껑 하나라도 더 재활용되고, 선별 작업자들의 수고로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분리배출을 할 예정이다. 



<맘앤앙팡> 기자들은 매달 주제를 정해 환경을 위한 #당장챌린지를 실천한다. ‘배달 음식 시키지 않기’ ‘일회용 비닐 안 쓰기’ ‘배송 없는 한 달 살기’ ‘페트병, 반으로 줄이기’ 등 각자 자신이 지킬 수 있는 목표를 정하고 도전한다. 성공의 뿌듯함을 담은 혹은 실패 후의 반성과 변화를 담은 기자들의 생생한 후기는 계속된다. 


글 위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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